오산일보

민족의 혼 ‘무궁화’와 ‘소나무’ 전설

이서인 기자 | 기사입력 2024/08/19 [10:36]

민족의 혼 ‘무궁화’와 ‘소나무’ 전설

이서인 기자 | 입력 : 2024/08/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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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준 <필자 : 조선일보 정년,시인, 저술가>

8월엔 무궁화가 제철이다. 광복절인 15일 태극기 물결과 함께 ‘무궁화 축제’로 전국이 꽃밭을 이룬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은 국가, 지자체, 각 기관 단체, 학교의 공식 행사 때마다 제장 또는 합창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국화(國花)와 국목(國木)으로 공식 지정된 꽃과 나무가 아직 없다.

 

다만 무궁화의 날은 8월 8일, 소나무의 날은 10월 5일로 지정되어 있지만 국가에서 공식으로 지정한 것은 아니다. ‘무궁화의 날’과 ‘소나무의 날’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민간단체들이 나라꽃 무궁화와 한국인의 기상인 소나무를 기리자며 ‘무궁화의 날’과 ‘소나무의 날’을 정해 각각 기념하고 있다. 올해로 무궁화의 날은 17회, 소나무의 날은 9회를 맞는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에 국화 법제화 제정과 함께 추진되고 있을 뿐 정부 공식 기념일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과거 급제자에게 하사한 어사화(御史花)였다. 1896년엔 애국가 가사에 등장하며 독립운동의 상징이 됐다. 여름 내내 피고 또 피면서 4개월 100~120일 정도를 장식하는 꽃이다. 오염된 환경과 비바람 폭풍우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존력이 강해 수많은 침입에도 끈질기게 견뎌온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온다.

 

고조선에서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제단을 장식하는 꽃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기원전 4세기에 펴낸 《산해경》에는 우리나라를 ‘무궁화가 피는 군자의 나라’로 표현한 글귀가 남아있다. 최근 무궁화의 인기는 시들하다.

 

산림청의 ‘2022년 무궁화 국민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무궁화는 꽃나무 선호도에서 8위(5.7%)에 그쳤다. 1위는 ‘왜 꽃’으로 여기는 벚나무(18.1%)가 차지했다. 무궁화의 선호도가 낮은 이유로 응답자 절반 이상(54%)이 ‘흔히 볼 수 없음’을 꼽았다.

 

무궁화를 목격한 빈도 조사에서도 ‘자주 못 보는 편’(36%), ‘거의 못 봄’(4%) 등 40%가 무궁화를 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주로 40~50대가 무궁화가 조성된 공원 등에서 봤다고 답했고, 20대는 거의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애국가 속에 들어있는 정도로 여기는 것이다.

 

전국 가로수 1097만 9512그루 가운데도 무궁화 비중은 52만 302그루로 4.7%에 불과하고, 벚나무와 왕벚나무는 163만 5249 그루로 전체의 14.9%였다. 조경용 꽃으로도 선호도가 낮았다. “무궁화는 전 세계 300개의 품종이 있는데 그 중 절반이 한국 산(産)”이라고 한다. 역설적으로 최근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무궁화가 서식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됐다고 한다. 한반도 산(産) 무궁화는 다른 무궁화와 달리 추위를 견디는 능력이 뛰어나, 내한성을 기르기 위한 나무와의 교배종으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무궁화나무는 현재 ‘환경 정화수(樹)’로 지정되어 있다. 오염 물질을 흡수하는 능력이 높고, 소음차단 기능도 인정받았다.

 

소나무 예찬도 대단하다. 소나무의 각 부분은 식자재인 동시에 약재로서도 그 효과가 걸출함이 밝혀졌다. 술을 만드는 데도 최상의 재료인데, 송순주(松筍酒) 송엽주(松葉酒) 송하주(松下酒) 등이 있다. 사람이 만들었지만 신선들이 즐겨 마셨다는 고품격 술이다. 소나무는 십장생의 하나로서 품격 높은 동양화에 반드시 보이며 고고하고 향기로운 절개 높은 기상을 표상한다. 우리 민족의 혼이자 삶의 기상인 무궁화와 소나무의 전설이 잊혀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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