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준 <필자 : 조선일보 정년,시인, 저술가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꽃피는 4월, 4일은 청명(淸明), 5일은 한식(寒食)이자 식목일이다.

청명한식엔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는 성묘객의 효심(孝心)행렬이 전국에서 이어진다.

봄…봄은 바야흐로 계절의 문턱을 넘어선다.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오는 봄의 숨결, 봄의 고동 속에 움트는 새싹, 퍼지는 햇살, 새로운 변화, 이런 것들이 움츠렸던 마음을 개방시켜 주고 활기를 불어넣는다. 변화의 계절 춘기(春氣)가 폐쇄의 문을 활짝 열어젖힘과 동시에 안으로부터 밖으로 뻗어나는 힘, 재개의 걸음, 부푼 심정으로 활력을 되찾는 에너지를 안겨준다.

해마다 봄철을 맞이할 때마다 해방감의 심리, 절제되지 않은 행실, 지나친 춘광 행락 등으로 똑같은 계고(稽考)와 아울러 경각심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사려 깊지 못한 언행, 미풍양속에 역행하는 사람들, 방종과 유탕(遊蕩)을 일삼는 상춘객들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어지럽히고 있음은 누누이 목격해왔다. 길고 긴 동한(冬寒)의 칩거로부터 풀려나 다 함께 즐겨야 할 봄, 방심에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상춘(賞春)의 새봄이 오면 근교의 산천은 말할 것도 없고 멀리 천리 길도 서슴지 않고 명산대천이나 고찰을 찾아 나서는 행락인파가 이어진다. 즐거운 일이지만, 그 행렬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무사무려(無思無慮) 몰지각한 행동들도 따른다. 화란춘성 만화방창 하는 활기찬 봄을 다 함께 즐기려는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아지랑이 타고 오는 새봄,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엔 우리 몸도 신진대사가 매우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먹거리를 찾게 된다. 우리는 춘기(春氣)를 느끼는 4월을 미각(味覺)의 계절이라고 일컫는다. 미각을 돋우는 봄나물로 쑥, 달래, 냉이, 취나물 등을 꼽는다. 마늘도 빼놓을 수 없다. 마늘엔 세균의 단백질을 분해하는 성분 알리신(Allicin)이 함유되어 혈액순환 촉진 및 혈관 건강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면역력 강화에도 좋으며, 혈류의 개선으로 동맥경화와 같은 혈관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전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류 최초로 “인간이 느끼는 기본 맛으로 단맛과 쓴맛 2개가 존재한다”고 주장했지만,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는 떫은맛, 매운맛, 짠맛, 신맛을 추가했다. 오늘날은 그 맛도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다양해진다.

사람에게도 다양한 맛 공존한다. 음식이나 과일의 다양한 맛처럼 사람에게도 여러 형태의 맛이 있어서, 짠 사람, 싱거운 사람, 달콤한 인간, 떨떨한 인간 등이 있다. 그 맛은 미각이 아니라 성격상의 고차원적 분류이다. 욕심이 많은 사람, 자신만을 위하는 인간, 공생공존의 미덕을 발휘하는 사람에 따라 그 맛, 곧 인간미가 다르다고 한다. 서로가 공존하는 인간 사회에서는 배려와 절제, 따뜻한 인간미가 필요하다. 사람의 맛을 느끼며 살아가야 사랑과 신뢰가 움트고 행복을 느낀다.

4‧10총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금배지를 달겠다는 후보자들이 경쟁하듯 막말을 쏟아낸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하여 ‘신구자황(信口雌黃)’ ‘신구개화(信口開河)’라고 조롱한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는 것, 아무 거리낌 없이 함부로 말하거나 남을 마구잡이로 비판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다.

맛있는 음식도 과식하면 탈이 나듯, 인간도 정도(正道)와 중용(中庸)을 지킬 때 균형을 이룰 수 있고, 덕을 베풀 때 행복을 나눌 수 있다. 편향된 사고(思考), 과욕(過慾)으로는 삶의 균형을 이루기 어렵고 반드시 업보를 겪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