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영 회장 현)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문학신문 대표

체코정부가 지난 17일 두코바니 원전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의 ‘팀 코리아 컨소시엄’울 선정했다는 소식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정책’으로 고사(枯死)직전까지 몰렸던 한국 원전업계에 오랜만에 날아든 기쁘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팀 코리아 컨소시엄’은 한국수력원자력.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 민관 합작회사로 공사규모는 원전 2기를 건설하게 되며, 수주 액은 자그마치 24조원 이상이다. 향후 추가로 2기를 더 지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번 수주는 2009년 총 4개 건설에 20조원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따낸 대규모 원전사업이다.

뿐만 아니라 상업용 원전을 최초로 설치한 유럽에 ‘K원전’을 수출할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원전 강대국인 프랑스를 제치고 이뤄냈다는 점에서 ‘K원전’의 뛰어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은 이제 더 설명이 필요 없게 되었다. 유럽에 첫 교두보를 마련한 만큼 향후 유럽에서 재개되는 원전건설에서도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

‘팀 코리아’는 기술력. 공사기간 준수. 가격의 3박자를 앞세워 체코를 사로잡았다고 한다. 체코정부는 전문가를 바라카 원전에 파견해 한국기업의 기술력과 시공능력을 직접 확인했다. 우리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밀 특사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통해 ‘산업패키지지원’을 담은 친서를 체코 정부에 보냈다.

입찰이 프랑스와의 2파전으로 좁혀지자 안 장관은 체코를 세 번이나 다녀오는 등 총력전을 폈다. 그 과정에서 탈(脫)원전 정책 회귀에 대한 체코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한국 원전산업은 40년간 꾸준히 원전을 건설하면서 시공과 제조를 넘어 설계까지 독보적인 기술을 쌓았다. 주요부품도 국산화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그런데 이처럼 세계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한국원전산업이 문재인 정부의 갑작스런 ‘탈(脫) 원전’으로 하마터면 붕괴될 뻔했다.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날 정도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脫核)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임기 시작한지 고작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는 원전사고를 다룬 공상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이것이 탈원전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며 국민적 합의는 물론, 사전 검토도 충분히 하지 않았다.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조달 현실과 친(親)원전으로 선회하는 세계적 흐름, 과학적으로 검증된 원전의 안전성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국가 100년 대계를 바꿀 중대한 선언의 내용이 엉터리였다. 논리 오류에 앞서 기본적인 수치가 다 틀렸다. 원전과 관련도 없는 비(非)전문가들이 이 정책을 수립했다고 한다. 나중엔 멀쩡한 원전을 없애려고 수치를 조작했다. 약 7000억 원을 들여 개보수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것이다.

나라의 많은 인재들이 수십 년 피땀 흘려 가꾸어온 산업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임기 5년 짜리 대통령 한 명에 의해 무너질 뻔했다. 그 책임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건재한 반면 당시 실무자들만 수사를 받고 있다. 가장 공평하지 못한 사례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사건을 수사하다가 문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난 윤석열 검찰총장은 1년 뒤에 ‘탈(脫)원전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 됐다. 윤석열 정부의 탄생은 ‘사불범정(邪不犯正)’이 실현된 순간이었다.

체코 원전 수주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내건 윤석열 정부의 ‘원전생태계 복원’ 정책도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온실가스 배출 없는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각국이 탈원전에서 원전으로 급격히 유턴하고 있다. 세계에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이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와 네덜란드. 폴란드. 영국. 튀르키예 등 17개국에서 원전 80기가 건설 중이다. 이 추세는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다. ‘K원전’이 국가 주력 사업으로 거듭날 전기가 마련될 흐름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무너진 원전 인프라부터 복구해야 한다. 올해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입학생은 3명에 불과했다. 여야 정쟁 속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특별법’처리도 속도를 내야한다. 유럽연합(EU)에는 원전수출과 관련해 사용 후 핵연료 관리 기술 확보 여부를 보여줘야 하는 만큼, 고준위방폐장을 마련하지 못하면 원전 수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체코원전 수주는 원전 시공과 설계. 운전. 정비 등 원전 생태계 전반을 수출하는 것으로 국내 관련 업계에 15년 이상의 일감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한다면 일감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문재인 정부 같은 ‘다시는 경험해 보고 싶지 않은 정권’이 나타나지 않는 한 탈원전 국가 자해 극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