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일보

전당대회가 분당대회 된 국민의힘

이서인 기자 | 기사입력 2024/07/22 [13:04]

전당대회가 분당대회 된 국민의힘

이서인 기자 | 입력 : 2024/07/2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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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영 회장 현)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문학신문 대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분당대회의 연속이었다. 초반엔 한동훈 후보에게 ‘배신의 정치’라고 몰아치다가 ‘김여사 문자 ’공개로 이어졌다. 이 문자 역시 한 후보가 응답을 하지 않아 선거결과에 악 영향을 주었다는 공방이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총선 고의 패배설과 색깔론에다 노상방뇨, 다중인격 등 저질 폭로전이 난무했다. 집권여당으로서 국정에 대한 책임감과 품격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를 지켜보는 보수 지지층의 심경은 어떠했을까?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속이 타들어가기도 했고, 실망하기도 하고, 어떤 대목에선 화도 치밀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 후보들은 합리적이고 장점이 많은 정치인들이라고 믿었는데 기대에 훨씬 못 미치다보니 어쩌다 저렇게 자폭적 행태만 보이는 것일까 하며 한숨만 나왔을 것이다.

 

근거 없는 폭로와 막말은 공멸을 불러온다는 것을 모를까. 급기야는 조폭 수준의 난투극까지 벌어지고 제 얼굴에 침 밷기 식 비방뿐인 역대 최악의 전당대회가 됐다. 그게 분당대회가 된다는 것을 알고도 말이다.

 

엊그제는 ‘공소 취소 청탁’논란이 등장했다. 방송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가 한동훈 후보에게 법무장관 당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자 한 후보가 나 후보에게 “법무장관인 나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하지 않았느냐”며, “그건 법무장관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다“고 대응했다.

 

이에 나 후보는 발끈해서 “어디 내가 혼자를 위해서 그랬느냐, 27인을 위해서 한 말이지 않느냐”고 따졌고 한 후보는 계속해서 “나 후보 자신을 위해서 한 말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말이 ’폭로‘로 비난을 받자 한 후보는 곧바로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공수처법 등 쟁점법안 처리 때 국회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이다.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였던 나 후보 등 의원들이 대거 기소된 사건이다.

 

공소 취소는 특단의 사정이 생겼을 때 예외적으로 검사만 할 수 있다. 법무장관은 할 수 없다. 나 후보가 법무장관인 한 후보에게 이를 요청한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다. 한 후보는 나 후보가 법무부장관 역할을 잘못한 것이 아니냐고 계속 비판한다고 해서 나 후보의 공소취소요청 사실을 불쑥 꺼낸 것은 잘못이다. 나 후보는 다음 번 방송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꺼내 한 후보와 언쟁을 벌였다.

 

후보들의 자해극은 이것뿐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가 총선 전에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에 “내가 댓글팀을 활용해 한 후보를 비방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대목이 있다. 이로 인해 “김 여사에게 ‘댓글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자 친윤 계는 “한 후보가 장관 시절의 ‘여론조성 팀’ 실체를 규명하자”고 나섰다. 아무 근거도 없는 시비다.

 

야당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수사를 통해 댓글팀. 여론조성팀 실체를 규명하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여당 스스로 사법리스크를 만들고 키운 셈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도 넘은 이런 퇴행적 내분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전당대회가 처음부터 나온 “한동훈 만은 안 된다”는 용산과 친(親)윤계와 한 후보 간 생사를 건 싸움판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친윤 측이나 한 후보 이외 나 후보 원희룡. 윤상현 후보 등 3인은 일제히 한 후보를 대상으로 네거티브를 한다. 한 후보의 지지도가 가장 높기 때문일 게다. 그러다보니 “한동훈이가 대표가 되면 끌어내려 ‘삼일천하’로 만들 것”이란 ‘조기낙마’ 음모론까지 돌아다닌다. '분당대회'란 말이 나올 만 하다.

 

그렇다면 어느 후보가 책임이 있는가? 원. 한 후보의 책임이 크다. 서로 상대를 비방하는 빈도가 잦았기 때문이다. 원 후보는 매번 토론회 때마다 한 번도 한 후보를 비방하는 말을 하지 않은 때가 거의 없다. 상대방의 정책을 확인하고 올바른 정책인지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드믄 것 같았다.

 

용산도 말로만 ‘중립’이 아니라 내부의 전대 개입움직임을 단속하고 관련자는 징계 등 가시적 조치를 해야 한다. 반년 전 김 여사 문자가 돌연 공개되고 ‘읽쌉’논란으로 이어진 것은 분명 한 후보를 겨냥한 것이 아닌가. 그러니 용산의 불개입 주장을 누가 곧이듣겠는가.

 

국민의힘이 내분에 휩싸이는 동안 거대 야당은 연일 윤 대통령 탄핵 불씨를 부채질하고 있다. 안 그래도 108석의 최약체인 여당이 내전에만 몰입하고 있으니 어떻게 192석의 거야를 대적할 수 있겠는가. 전당대회는 막을 내리지만 상처가 너무 커서 분당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누가 대표가 돼도 앞길이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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