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일보

한미 ‘핵 공동지침’ 첫 문서화의 의미

이서인 기자 | 기사입력 2024/07/15 [16:02]

한미 ‘핵 공동지침’ 첫 문서화의 의미

이서인 기자 | 입력 : 2024/07/1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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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영 회장 현)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문학신문 대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미 한반도 핵 억제작전 지침’ 즉, 공동지침을 승인했다. 이로써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의 통합을 의미하는 ‘한미 일체성 확장 억제’ 즉, ‘핵우산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

 

이 공동지침에는 북한이 핵 도발을 할 경우 언제든지 미국이 핵으로 보복할 수 있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는 앞으로 한미가 공동연합 대응하는 형태로 진화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사실상 군사조약을 맺어 북한 핵의 위협이 더욱 커진 상태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이다.

 

국방부는 “기존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이 북핵 ‘억제’에 중점을 둔 선언적 수준이었다면 공동지침은 최초로 북핵 ‘대응’까지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미 정상은 “북한의 한국에 대한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수십 쪽에 달하는 공동지침은 군사기밀내용을 담고 있어서 전문(全文)이 공개되진 않았다. 하지만 전시. 평시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의 조직. 인력. 자산이 미국 핵 자산 운용. 전개 등의 과정에 적극 참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또 미국의 핵전력이 한반도에 상시 배치되는 수준으로 미국 전략자산 전개의 빈도와 강도를 확대하고, 미국 전략자산과 연계해 한미 핵과 재래식 통합 (CNI)훈련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그간 재래식 전력에 기반 해 온 한미동맹을 확고한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非) 핵 국가가 미국과 직접 핵 작전을 논의한다는 것은 처음이자 유일한 사례다. 북한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이번에 공동대응 절차를 번복하기 어렵도록 문서화했다. 정권교체 등 정치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였다는 것을 뜻한다.

 

공동지침은 즉각 효력을 가진다. 미국의 ‘3대 전략핵무기인 전략핵잠수함. 대륙간 탄도미사일, 전략 폭격기’가 사실상 24시간 한반도 방어에 투입돼 확장 억제를 가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확장억제 제공’이라는 큰 틀의 약속 아래 전략자산 전개를 미국 쪽이 결정하고, 한국에 통보해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특정 한반도 상황에서 미국의 핵 자산을 어떻게 운용한다는 시나리오를 미리 설정해 주고 해당자산 전개를 한미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이 같은 내용을 오는 8월 진행될 을지 프리덤 실드 훈련에서 구체화할 것 같다. 예컨대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우리 측에 핵 공격을 할 경우 미국의 특정 핵 잠수함에서 응징 공격을 하겠다는 내용을 우리 측과 미국이 협의한다는 것이다.

 

양국은 유사시 한미 정상 간 즉각적인 협의를 보장할 수 있는 절차 및 통신보안 체계도 구축한다. 특히 한미는 북핵 위기 시 한미 간 핵관련 민감 정보공유를 확대하기로 했다. 예를 들면 미국 전략핵잠수함이 어디에 배치돼 있는지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과거와 달리 즉각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북핵 위기 시 양국 정상은 즉각적인 협의에 나선다는 것도 공동지침에 명문화 됐다. 또 우리 측 요청에 따른 미 전략자산 전개도 상당 부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이번 지침은 양국 국방부의 공식문서일 뿐 현 단계에서는 한미연합작전계획 등에 반영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LA를 희생할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대표되는 핵우산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

 

전술 핵이 한반도에 배치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재래식 전략과 어떻게 유기적인 운용을 한다는 것인지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동맹국에 이 정도 수준까지 핵 억제력을 보장한 적은 없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시키고 구체화 하는지가 관건이다. 다시 말해서 장기적으로는 한미의 핵. 재래식 전력통합 방식을 보다 면밀히 구체화 하고, 이를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작전계획으로 도출하는 수준까지 가야한다는 말이다.

 

국민입장에서는 이번 공동지침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모호성’을 이유로 미 전략자산의 24시간 전개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미국 측 전략자산 전개가 있었으면 사후적이라도 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은 핵 없이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맞서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한쪽이 공격당하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 ’협정에 서명까지 한 상황이다.

 

미국의 핵우산으로는 억지에 한계가 있다. 특히 분쟁지역에 대한 미국 측의 개입을 줄이고 동맹에 부담을 떠넘기려는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이번 합의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서화’로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는 했지만, 국제정치에서 ‘불변의 원칙’이란 없다. 따라서 이번 공동지침만 믿고 자체 핵 보유 노력이나 핵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경시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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