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준  전)조선일보 정년· 시인 현)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전국의 관공서, 학교, 단체 등에는 태극기가 항상 휘날린다. 전국 곳곳의 주요 거리마다 가로등과 가로수에 태극기가 수없이 게양되어 휘날리면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태극기의 물결은 365일 풍한서습 가리지 않고 이어진다. 그런데도 제105주년 3·1절의 태극기는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역사의 궤적, 지울 수 없는 배달 민족의 비폭력 저항운동이었던 기미년 독립만세의 함성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언제 봐도 태극기는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국민들은 우주 만물의 조화로운 상징성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태극기의 물결을 보면서 애국애족의 정신을 가다듬고 키워간다. 태극기가 국기(國旗)로 제정된 것은 141년 전인 1883년 3월 6일이다.

105년 전 3월 전국에서 일제 강압통치에 항거하며 만세운동을 펼쳤다. 오산장터에서도 태극기 물결, 독립만세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날의 함성이 지금도 생생하게 아롱진다. “오산장터에 태극기 꽃이 피었다”, “오산시민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기미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날의 뜨거웠던 독립의 열기를 그려보고 재현하는 각종 기념행사가 이어진다.

태극기는 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그리고 전통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민족성을 나타낸다. 파랑의 음(陰)과 빨강의 양(陽) 태극 문양과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卦)로 구성, 우주 만물이 음양의 조화로 인해 생명을 얻고 발전한다는 대자연의 진리를 표현해낸 것이다. 4괘는 태극을 중심으로 통일과 조화를 상징하며, 건(乾)은 동쪽과 하늘, 춘분, 곤(坤)은 서쪽과 땅, 하지, 감(坎)은 북쪽과 달, 동지, 물, 리(離)는 남쪽과 해, 불, 추분을 의미한다.

태극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82년이다. 대한제국 고종 19년 5월 22일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당시 청(淸)나라는 자기들 국기인 용기(龍旗)를 본떠서 사용할 것을 조선 정부에 요구하였다. 이에 분개한 고종은 이를 거부하고, 우리 고유의 정신을 살리는 국기를 만들라는 명을 내렸다. 이에 따라 역관 이응준이 태극 도형기를 만들었다.

그 뒤 국기의 필요성을 느낀 대한제국 정부는 종전의 태극 도형기에 8괘를 첨가하였다. 그해 9월 고종의 명을 받아 특명 전권대신 겸 수신사로 일본으로 가던 박영효는 선박 안에서 태극 기의 8괘가 너무 복잡하여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만을 그려 넣은 ‘태극· 4괘 도안’의 태극기를 만들어 9월 25일부터 사용한 뒤, 10월 3일 고종에게 보고하였고, 다음 해인 3월 6일 국기로 공포한 것이다. 당시에는 태극기의 구체적인 제작 방법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태극기의 제작법을 통일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1949년 1월 ‘국기시정위원회’를 구성하여 그해 10월 15일 현재의 ‘국기제작법’을 확정하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부터 ‘태극기 열풍’이 불기 시작하자, 정부는 태극기 또는 그 문양의 활용에 대해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대통령령)’과 ‘태극기사랑운동 실천지침(국무총리 훈령)’을 만들었다. 태극기를 생활용품이나 관광산업 등의 분야에서 보다 친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이에 따라 태극기를 넥타이· 티셔츠 등 생활용품, 가방· 필통 등 학용품, 달력· 수첩 등 사무용품 등 여러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국기가 없는 나라는 없다. 미국 등 각국의 유수한 대학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철학적인 국기는 한국의 태극기”라는 말이 회자된다. 태극기처럼 우주의 오묘한 진리를 담고 있는 국기가 없으며,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상징 중에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주만물의 원리를 형상화한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기로써, 국민 모두가 소중하게 여기고 간직해야 할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