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 분의 여성이 나를 찾아왔다. 한분은 60대 초반이고 한 분은 70대 초반 같았다. 두 분과의 대화는 보통 나에게 묻고 내가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주제는 간단했다. ‘선생님 같이 우아하게 늙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것이었다.
대답하기에 난해한 것이었다. 내가 우아하게 늙지도 않고, 무엇을 정답 비슷한 것이라고 대답하겠는가? 그래도 대답을 해야 해서 짧은 시간에 온갖 머릿속에 있는 짧은 지식을 총동원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아마 나의 이야기를 듣는 이들 부인들은 처음엔 모두 실망했을 것이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올해 기준으로 85세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은 평균 수명까지는 2년 하고도 3개월 정도 남았네요. 여하튼 그러다보니 오래 사는 것보다 우아하게 늙는 것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여성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내친김에 이야기를 이어갔다. “흔히 20대 얼굴까지는 부모님이 만들어준 얼굴이라 하지만 50대부터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얼굴이라고 합니다. 나이를 먹어도 언제나 밝은 얼굴, 선한 인상으로 호감을 주는 얼굴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가만히 있어도 성깔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 있습니다. 그래서 얼굴은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느냐를 말해준다고 하지요.”
여성들은 내 말이 멈추기가 무섭게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웃는 얼굴을 지어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어머, 선생님은 관상도 보시나 봐요?” 라고 말한다. 그래서 내가 그랬지요. “그렇습니다. 마음의 상을 읽는 답니다.”하고요. 그랬더니 갑자기 두 여성이 깔깔대며 박장대소를 해요. 그렇게 우스운 일도 아닌데요. 왜 그랬을까요? 자기들의 속마음을 화자인 나한테 들켰기 때문이지요. 짐짓 그렇지 않은 체 하면서 말입니다. 내 이야기는 계속 됐어요.
“인간의 늙음 즉, 노화는 그 어떤 의학으로도 막을 길이 없답니다. 그래서 그 노화를 아름답고 우아하게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방법은 첫 번째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두 번째는 편안한 마음가짐을 갖는 겁니다. 세 번째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겁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별의 별 일들과 부딪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편하게 보면서 살아간다면 곱게 늙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 물이 컵에 반쯤 담겨져 있다고 칩시다. 부정적인 마음은 ‘왜 물이 반 컵밖에 없는 거야!’라고 말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은 ‘물이 반 컵이나 남았네!‘라고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러자 한 여성이 대뜸 이런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 열불이 날 정도로 화나는 일이 있는데 어떻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나요?” ‘맞는 말이지요. 그래서 그런 마음을 갖는다는 게 무척 힘든 겁니다. 그러니 늙는 것이지요.“ 모두 깔깔 대며 내게 눈을 흘기더군요. 내 말이 억지라는 겁니다.
“ 노화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삶의 과정 중의 하나입니다.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긍정적인 사고와 베푸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만이 멋지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늙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늘 불평하고, 의심하고, 경쟁하고, 집착한다면 우리는 흉하게 늙어가는 것입니다.” 이 말에 여성들은 “그렇겠네요. 절대로 불평하고 의심하고 경쟁하거나 집착하는 삶을 살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더군요.
다음은 내가 그 여성분들에게 다짐하듯 해준 결론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세월을 인정하고 우아하게 늙어가기로 합시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예쁘다고 합니다. 봄꽃은 예쁘지만, 떨어지면 지저분하지요. 그래서 주워가는 사람이 없답니다.
그런데 잘 물든 단풍은 떨어져도 주워갑니다. 때로는 책갈피에 끼워 오래도록 간직하기도 하지요. 그러니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예쁜 겁니다. 우리 인생도 잘 늙는다면 청춘보다 더 아름다운 황혼을 만들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저작권자 ⓒ 오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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