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총격을 받는 아찔한 일이 벌어져 세계를 놀라게 했다.
총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유세를 지켜보던 한명이 숨지고 두명이 중상을 입었다.
유세장 밖 건물 옥상에서 무대를 향해 여러발을 발사한 총격범은 경호요원에 의해 사살됐다. 범인은 20세 백인 남성으로 확인됐다.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이 다시 민주주의 시험대에 섰다. 지금의 자유민주정치체제를 세운 나라로 평가받는 미국이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적 갈등과 분열로 인해 진작 민주주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대표적 나라이기도 하다.
이미 3년반 전인 2021년 1월 트럼프의 대선 패배에 반발한 극렬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최종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 회의가 열리던 의사당을 급습해 난동을 벌인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시위대가 의사당으로 가기전 현장에 직접 나가 그들을 격려했다.
두 사람이 올해 대선에서 재대결하면서 미국의 정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당장 이번 사건을 두고도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건만 벌써 공화당 내부에선 트럼프 피습을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 분열이 부른 테러는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2022년 7월에는 아베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유세중 총탄에 맞아 사망했고,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도 지난해 4월 와카이마현 유세 현장에서 똑같은 폭탄테러를 당했다.
국내 상황도 결코 낫지 않다. 총선을 3개월 앞둔 지난 1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중 피습을 당했다.
민주주의가 폭력에 의해 짓밟히는 위기 앞에서 정치권부터 반성이 절실하다. 거짓말을 일삼는 지도자, 정상적인 제도와 언론을 부정하며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지지자들, 여기에 더해 ‘아니면 말고’ 식 가짜뉴스까지 더해져 상태를 악화하는 정치 문화가 정치 테러를 낳았다.
정치 테러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우리사회의 진영간 증오가 더욱 심해지고, 정치인들이 이를 방기하거나 부추긴다면 어떤 사태로 치닫을지 모른다.
정치 풍토를 바꾸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다. 정치인이 먼저 상대를 악마화 하는 행위를 멈추고 대화와 포용의 대상으로 바라봐야한다.
미국 정치가 독단으로 치닫으면서 건강한 공론장은 무너지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4년전 자신이 패배한 대선을 두고 “실제는 내가 이겼다”고 주장하는데 적잖은 미국인이 사실로 믿고, 일부는 폭력적인 의사당 난입까지 했다. 광적인 팬덤 등장과 함께 폭력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 번저갔다. 지난달 시카고대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또는 트럼프가 대선 승자가 되는걸 막기 위해서라면 위력을 써도 좋다는 응답이 각각 10%, 7%가 나왔다. 암살 시도가 조사 결과가 보여준 저변의 분노와 무관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정치 양극화와 극렬 팬덤 현상이 일상이 된 무리 정치풍토를 되돌아보게 한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여야의 주요 정치인 누구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당장 큰 선거가 없다고 안심할 수 없다.
극단적 증오를 싹틔운 정치 토양을 갈아엎지 못하면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권은 양극화 해소는커녕 극단적 대립을 이용해 상대방을 악마화 하는데 까지 이르렀다. 갈수록 극성 팬덤에 휘둘리는 악순환이다. 양극화가 계속되면 정치 테러의 안전지대는 사라질 것이다.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저작권자 ⓒ 오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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