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말쯤 발표할 예정인 국민연금개혁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율중이지만 큰 틀에서 저(低)출산 대응과 세대 간 형평성, 재정 안정화 방안이 핵심일 것 같다.
세부 항목으로는 신생아 출산 부부와 군 복무자에게 추가 혜택을 주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이와 함께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껏 연금개혁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이제라도 적극적이어서 정부의 신뢰를 회복시킬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한 연금개혁은 지난 2년간 사실상 좌절되어 있었다. 정부가 책임 있는 구체적 개혁안을 내놓지 않고 국회로 공을 떠넘긴 탓이 크다. 정부는 지나해 10월 5개 분야 과제를 담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런데 여기에 가장 중요한 연금 보험료율 인상 방안은 담지 않았다. 그래서 ‘맹탄 개혁“이란 비판을 받았다.
정부 안이 이러니 국회 연금개혁 논의도 소모적 논쟁만 했다. 결국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실패, 22대 국회로 공을 넘겼다. 왜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좌절됐는지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겠다.
연금고갈 우려는 그러는 사이 커지기만 했다. 이대로 가면 연금기금은 2041년에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엔 완전히 바닥나게 됐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책임지고 보험료율 인상을 포함한 개혁안을 내놔야 한다. 만약 이번에도 원론적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개혁은 어렵게 된다.
연금개혁을 정부가 책임지고 논의를 주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외국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연금 수급연령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늦췄다. 극열한 시위가 벌어졌지만 눈 하나 끔쩍하지 않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임을 호소하며 입법에 성공했다. 표퓰리즘이 아니라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부의 리더십으로 의회를 이끌었던 것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을 이끌었다. 이때의 연금개혁으로 일본은 적어도 100년간 연금재정 고갈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 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출산과 군 복무 크레딧 확대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동을 하면 연금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제도다. 지난해 연금종합계획에도 이미 같은 내용이 들어갔지만,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면 힘이 더 실릴 것이다.
세대 간 보험료 차등 인상은 신선한 발상이기는 하나 외국의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직장 가입자의 연금 보험료는 고용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나눠 내는 만큼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연금 고갈 시기를 30년 이상 늦추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연금고갈을 겨우 6~7년 늦추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에 비하면 매우 큰 진전이다. 연금재정의 장기 안정을 위해선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자동 안정화 장치 도입도 필요하다.
정부가 연금개혁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단순히 듣기 좋은 말로 그쳐선 안 된다. 연금개혁은 단순이 사회적 또는 감성적인 수단이 돼서도 안 된다. 지속 가능한 노후보장이라는 본질에 목표를 두고 어떻게 하면 다음 세대에 부담을 안 주고 연금수급자들에게 약속된 연금을 지급할 것인지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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