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막가파식 탄핵정치’가 끝을 모른다. 그동안 조자룡의 헌 칼 쓰듯 꺼냈던 탄핵 카드를 급기야는 대통령을 향해 뽑아 들었다. 그들에겐 그게 적법하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다. 당리당략에만 맞으면 그만이다.
민주당은 엊그제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의 적절성을 따지는 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야당 단독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청문회는 오는 19일에 ‘채 상병 외압 의혹’을 놓고 열고, 1주일 후인 26일에는 명품 가방 등의 사건을 놓고 열기로 한 모양이다. 26일의 청문회엔 김건희 여사 모녀까지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130만 명을 돌파했기 때문에 청문회를 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때도 146만 명이 탄핵청원을 했지만 탄핵청문회는 열리지 않았다. 이유는 상식 밖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런 상식 밖의 일을 예사로 해오고 있다. 그들 자체가 몰상식한 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 수사 검사 3명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바가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안은 자그마치 11건에 달한다. 탄핵소추 전 사퇴한 방통위원장 2명 까지 합치면 13건이다. 취임도 하지 않은 방통위원장 지명자에 대한 탄핵도 예고한 민주당이다. 그러니 민주당 사람들은 탄핵을 입에 달고 산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민동의를 얻는 절차는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됐다. 국민동의는 사흘 만에 5만 명을 넘었고, 법사위가 열리던 날까지 132만 여명이 동의했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탄핵소추안 발의를 향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청원 자체가 처리 요건에 맞는지 여부가 논란거리다.
청원법은 공무상 비밀이나 감사. 수사. 재판 등이 진행 중인 사안이나 허위 사실 등은 처리를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청원의 사유로 든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라든가 명품 수수와 주가 조작 등 비리, 전쟁 위기 조장, 강제 동원 친일 해법 강행 등은 수사 중인 사안이던지 정치적 논쟁 사안이어서 청원 요건으로 보기 어렵다.
국민청원을 근거로 하는 대통령 탄핵 청문회는 국회권력을 쥔 거대 야당의 또 다른 힘자랑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힘의 정치에도 최소한의 금도는 있어야 한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대통령 탄핵소추와 같은 중대 사안을 국민동의의 최소 수치를 근거로 밀어붙이는 발상 자체가 무도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대통령이 순방외교 중인 상황에서 청문회 개최를 야당 단독으로 의결하다니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게 아닌가.
민주당은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말했듯이 “잠자고 있던 국회법 조항을 흔들어 깨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국민청원 청문회를 열겠다는 저의는 무엇인가? 그럴만한 다급한 사정이 있기는 있는가 보다.
민주당은 앞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검사 네 명에 대한 청문회 절차를 슬그머니 보류했다. 왜 그랬을까? 부실한 검사탄핵안에 따른 반발과 역풍이 세게 불어서다. 그러니 어떤 수를 써서라도 탄핵의 불씨를 지펴서 탄핵의 동력을 이어가야 했다. 그 방편의 하나가 대통령 탄핵의 군불을 때는 것이었다.
물론 이재명 전 대표의 법원판결에 앞서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도 컸다. 이 전 대표 부부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검찰 소환을 통보받았고, 무엇보다 이 전 대표의 재판 선고가 눈앞에 닥쳤던 것이다. 4개 재판 가운데 위증교사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10월초 1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국민청원은 어디에도 하소연하기 어려운 힘없는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소통창구다. 지난 21대 국회에 접수된 국민청원도 100여 건에 달하지만, 대부분 방치되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 됐다. 희소 병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급발진 의심 사고 입증책임 전환 같은 절박한 민생청원들이다.
그런 청원들은 못 본 척 하면서 정략적 사안만 끄집어내 일방적 공세까지 벌이겠다는 게 야당이다. 이런 무리한 탄핵정치는 결국 민심의 심판을 받는다. 탄핵이 애들 장난이 아닌 이상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나 국정의 내용을 가지고 현직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면 이를 모면할 대통령은 과거에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국정이 흔들리는 사태를 외면할 국민은 없다. 총선 민의를 왜곡해 분별없이 벌이는 탄핵정치는 반드시 역풍을 맞는다. 거듭 당부하지만 탄핵을 애들 장난감처럼 휘두르다가는 민심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주당은 이성을 찾아 수권 정당으로서의 자세를 갖추기 바란다. <저작권자 ⓒ 오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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