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일보

취임도 안 한 방통위원장을 탄핵한다고?

이서인 기자 | 기사입력 2024/07/09 [12:51]

취임도 안 한 방통위원장을 탄핵한다고?

이서인 기자 | 입력 : 2024/07/0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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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영 회장 현)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문학신문 대표

민주당의 방통위원장 ‘탄핵병’이 다시 돋았나보다. 엊그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 전 MBC 사장을 새 방통위원장 후보로 내정하자 지명 철회를 요구 한데 이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같은 당의 의원들도 “이 내정자를 임명하면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정말 제 정신인가?”라며 “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10번이든 100번이든 행사할 것”이라고 말해 탄핵을 하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이 후보가 지명되자마자 탄핵카드부터 꺼내든 것이다. 그러니 탄핵병이 돋은 것이 아닌가. 그게 말이 되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탄핵은 공직자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을 때 국회가 할 수 있는 극단적인 조치이다. 그런데 이 내정자는 취임도 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법률을 위반할 수가 없는데도 탄핵부터 하겠다는 것이다. 말문이 막힌다.아무리 억지라고 해도 세상에 이런 억지가 또 어디 있는가.

 

이 내정자도 첫 등장부터 야권과의 ‘강 대 강’ 격돌을 예고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내정된 소감에서 MBC를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바이든 날리면‘ 같은 보도는 최소한의 보도준칙도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또 “공영방송은 노동 권력과 노동단체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고 했다. 모두 옳은 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취임했던 이동관. 김홍일 등 두 명의 방통위원장은 모두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후 자진 사퇴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업무가 정지되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내놓았던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3개월, 김 전 위원장은 6개월 만에 물러났다. 법으로 보장 된 3년의 임기가 무색한 단명이다.

 

이런 방송위 파행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친(親) 민주당 성향 방송을 해온 MBC를 자신들의 편으로 붙잡아 두려는 것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번에도 김 전 위원장이 내달로 임기가 끝나는 방문진 즉,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 계획을 의결하자 민주당이 이를 막아보려고 김 전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이다.

 

방통위원장을 탄핵소추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되고, 그렇게 되면 방통위는 업무가 마비돼 임기가 끝나는 방송사 이사진의 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그에 따라 현재의 방문진 이사회가 임명한 MBC사장도 교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점을 민주당이 노린 것이다. 이동관 전 위원장도 민주당의 ‘MBC지키기’의 희생양이 됐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선임 외에도 방송재허가, 통신. 인터넷 정책 등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민주당의 위원장 탄핵 작전으로 업무 추진이 안 돼 방송국 수십 곳이 면허 없이 방송하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속출했다. 국내 OTT 산업 활성화 방안이라든가, ‘데이터 주권’ 보호책 마련 등 현안도 산적해 있는데 처리를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야당은 계속해서 공영방송 장악에 몰두하고 있으니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을 영원히 야권에 유리하도록 바꾸는 ‘방송 3법’은 현재 본회의에 부의돼 있다. 야권은 21대 국회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을 22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다시 발의해 속전속결로 법사위까지 통과시켜 놓았던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방통위의 본업은 방송. 통신. 플랫폼 등에 대한 정책과 규제를 총괄하는 국가기관이다. 이런 본업이 당리당략에 휘둘린다면 산업정책은 무너지고 이용자의 권익은 표류하게 마련이다. 민주당은 공영방송인 MBC를 차지하려고 방통위를 더 이상 마비시키려 들지 말라. 당리당략을 위해서라면 국정은 안중에도 안 둔다면 그건 공당이 아니고 사당이고 붕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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