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차담’이 있은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독주를 선언했다. 새로 선출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치보다 성과를 강조했고, 원내 수석 부대표의 강성 친명 인사들을 임명한 것은 정부, 여당과의 전면전을 시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론 입법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향해 정말로 옳지 않다고 경고까지 하며 이들을 지원 사격했다.
박 원내대표는 선출되자마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9개의 법안 전부 재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이재명 대표의 총선 공약인 1인당 25만 원으로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면서 ‘처분적 법률’을 통한 입법 독주를 강화할 태세다.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현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지 나흘 만이다.
박 원내대표는 ‘협치보다 성과’라는 말을 입에 올리면서 “협치는 아름다운 이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입법부가 내야 할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보면 성과 내는 쪽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책임 있는 국회 운영을 위해 법사위와 운영위를 민주당 몫으로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원내 운영수석 부대표를 맡은 박성준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표 경선 캠프에 참여하였으며, ‘윤·이 회동’ 때에도 배석한 바가 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원내대표 투표 당일 이례적으로 12분에 걸쳐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당과의 일체성을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는 “우리는 한 개인이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정치 결사체의 구성원”이라고 언급하며 “앞으로 의정활동을 하실 때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당론에 따르라고 공개 압박한 것은 어떤 단서를 달든 당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발언이다. 의원에게 당론이란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일 뿐이지, 당의 특정 의견을 의원에게 강요하는 것은 바로 헌법과 국회법 위반인 것이다.
민주당이 법사위와 운영위를 차지하겠다는 것도 국민의힘에 대한 점령군의 선전포고로 비친다. 4년 전처럼 민주당이 단독 개헌을 밀어붙이고 전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사태가 재현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같은 거대 야당의 일방 독주는 총선 민의와는 어긋나는 것이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 압승 뒤 국회에서 힘자랑에만 몰두한 결과 민심의 역풍을 맞았고, 결국 대선 패배로 이어졌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만하면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것은 집권 세력뿐만이 아니다. 거대 야당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교훈이다. <저작권자 ⓒ 오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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