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 권을 행사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윤 대통령이 범인임을 자백한 것”이라고 극언했다. 민주당 등 범야권도 “야당과 국민을 향한 전쟁선포”라고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공세라 해도 도를 넘은 언동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겠다고 했다는 점이다. 또 오는 28일엔 재의결을 추진하고 부결될 경우엔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한 모양이다. 시급히 처리해야 될 민생관련 법안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당리당략을 위한 극한 대치로 나가겠다는 태세다.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언급해왔지만, 특검제도를 둔 것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미진해 실체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해소하자는데 있는 것이다. 게다가 채 상병 사건에 대한 특검은 삼권분립 정신에도 맞지 않고, 공수처가 이미 수사 중인 사안이다. 특히 야당 주도의 특검 임명 등은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도 없다.
공수처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민주당이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당력을 총집결하다 시피 해 신설한 독립 수사기구가 아닌가. 윤 대통령이라고 공수처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공수처도 윤 대통령의 눈치를 살펴할 이유가 없다. 이런데도 민주당이 공수처를 못 믿겠다며 특검을 요구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엊그제 공수처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차례로 불러 외압 의혹을 조사했다. 뒤늦게나마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는 느낌이다. 때마침 오동운 공수처장 임명안을 윤 대통령이 재가하면서 공수처의 리더십 공백사태도 해결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단 공수처의 수사를 지켜보는 게 옳다.
주지하다시피 국가의 권력을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누어 이를 각각 별개의 국가기관에 맡기는 것을 권력분립이라고 한다. 권력분립에는 권력 상호간에 견제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러면 민주당은 왜 저렇게 특검법을 밀어붙이는 것일까? 한마디로 그것은 특검을 대통령 탄핵으로 연결 짓기 위한 것으로 봐야한다. 그러니 한낱 정치공세일 수밖에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탄핵 운운 하는 것도 판에 박힌 정치공세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 53조 2항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만큼 대통령에게 폭 넓은 재량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거부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국회는 재의 요구된 법률안에 대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제의 모국이랄 수 있는 미국에서는 거부권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미국 연방헌법에는 의회가 의결한 법률안은 대통령이 승인해야 시행되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이 승인을 거부하는 것이 거부권 행사가 된다. 거부권 행사 사유는 우리처럼 제한 규정이 없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들은 1900년 이후 1584건의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특히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은 재임 12년 간 무려 635건의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처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회와 정부 간에 견제와 균형이 잘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봐야한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채 상병 특검법이 10번째가 된다고 한다. 국회는 이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면 재의결을 통해 통제하면 된다. 지금처럼 오기로 장외투쟁까지 하면서 행정부와 정면충돌만 한다면 주요 국정은 올스톱되고 민생은 뒷전이 된다. 그렇게 되면 나라에도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그러니 일단은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는 게 순리다. 특검 도입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엄밀히 평가한 뒤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 설령 특검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여야 합의에 따른 특검법 통과가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일방적이어서는 특검의 정파성 논란만 제기될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인사를 특검에 임명해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오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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