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흔히 ‘5월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장미는 5월부터 시작해 가을까지 피지만 5월 장미가 가장 아름답기에 붙여진 별명인 것 같다. 계절의 여왕인 5월 들어 처음 만나서 더 반갑고 더 아름답게 보이는 모양이다.
지난주에 과천 서울 대공원 장미원에 갔더니 정원 가득히 장미꽃들이 발길 닫는 곳마다 만발해 있었다. 아마도 날이 갈수록 장미는 공원 주변을 아름답게 장식할 것 같다.
대공원 내 장미원은 해마다 5월 15일을 전후해 장미축제를 열곤 했지만, 지난 몇 해 동안은 코로나로 개장을 못해오다가 재작년부터는 대대적인 축제행사를 다시 펼쳐왔다. 올해도 5월 14일이 연인들끼리 장미를 주고받는 ‘장미의 날(Rose Day)'이어서 그런지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물론 이날은 정체불명의 날이기는 하지만 장미의 달을 기억할 수 있다는 의미는 있는 날 같기는 하다.
장미목, 장미과에 속하는 넓은 의미의 장미는 대개 6천~7천 가지나 있다. 그러면서 해마다 2백종 이상의 새로운 장미 품종이 등장한다고 한다. 이달에 볼 수 있는 찔레꽃도, 해당화도 모두 장미과에 속한다. 대부분 의미를 알 수 있는 이름을 지녔지만, 장미는 왜 그렇게 불리는지 아리송할 뿐이다.
한자로 봐도 장미 장(薔)자에 고비 미(薇)자로 무슨 뜻인지 알아채기가 어렵다. 두 글자 모두 획이 17개로 쓰기도 만만치 않다. 다만, 명나라 시대 약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담에 기대어 자라는 식물’이라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뜻이 아리송하기는 하나, 모든 사람이 ‘장미‘하면 금방 이미지를 떠 올릴 만큼 친해졌으니 뜻을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장미는 종류도 많고 색깔도 다양하다보니 상징하는 이미지 또한 많다. 꽃말도 색깔마다 붙어 있다. 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는 역시 ‘사랑’이다. 서양에서도 ‘꽃의 여왕’으로 불리는 장미(Rose)는 사랑과 미(美)와 풍요의 여신인 비너스를 상징하는 꽃이 돼 있다. 그 사랑하는 장미 노래도 많다.
그런데 장미는 왜 가시를 달고 있을까? 그것은 장미가 가진 삶의 지혜라고 본다. 장미의 가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시가 식물이 자라는 반대 방향으로 휘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식물을 타고 자라는 넝쿨식물의 특성을 지닌 장미는 가시를 갈고리로 삼아 다른 식물에 붙어 다닌다. 또 초식 동물을 비롯한 외부 환경의 공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막 역할도 한다.
장미의 특권은 이처럼 가시와 향기다. 그 특권 때문에 장미와의 사랑은 조건이 붙는다. 치명적인 유혹을 받아들여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가시의 위험을 이겨내야 하는 조건이다.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이란 영화가 있었다.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의 삶을 다루고 있는 영화다. 동시에 그녀의 대표적인 사랑노래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녀의 삶을 보면 장밋빛 인생과 같은 달콤한 삶이 아니었다. 그녀가 항상 무대에서 고집했던 검은 옷처럼 어둡고 애절해서 가슴이 아리는 삶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노래 ‘장밋빛 인생’은 그래도 잠시 사랑했던 연하의 이브몽땅과 즐거웠던 시절에 나온 노래다.
광대의 딸로 태어나 출발부터 기구했던 그녀는 시인이자 극작가인 장콕도의 도움으로 인기를 얻어 ‘물랑루즈’무대에 설 때 만난 무명 가수가 이브몽땅이었다. 이탈리아 부두 노동자 출신의 23살 청년은 6살 연상의 에디트 피아프와 사랑에 빠졌지만, 자신이 유명해지자 1년 만에 그녀를 버리고 떠난다.
에디트 피아프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는 권투 선수 마르셀 세르당이다. 하지만 미국 공연 중이던 피아프의 보고 싶다는 요청에 서둘러 비행기를 탔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피아프의 마지막 남자는 21살이나 연하의 제자였다. 그는 죽어가는 스승을 곁에서 지키기 위해 결혼까지 했다. 48살에 세상을 떠난 그녀의 장례식에는 10만이 넘는 추모객이 몰렸고, 수많은 장미꽃이 놓였다.
그녀의 노래를 사랑한 많은 프랑스인이 있었고, 죽음을 지켜준 제자도 있었으니 그녀의 인생은 어찌 보면 사랑으로 채워진 ‘장밋빛 인생’으로 마무리 된 셈이다. 피아프처럼 천재적인 뮤지션이었으나 27살의 젊은 나이로 떠난 락(Rock)의 우상 재니슨 조플린의 삶도 일찍 시든 장미꽃 같았다. 남성이 지배하는 락(Rock)계에서 성공한 그녀는 여성 라커의 시조로 꼽힌다.
비극적인 사랑을 담은 장미의 노래는 꽤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가수 심수봉이 불러 잘 알려진 ‘백만 송이 장미’의 러시아 버전도 그 중의 하나다. 여배우를 짝사랑한 화가가 그녀가 좋아하는 장미를 수백만 송이를 받치기 위해 집도 팔고 피까지 팔지만 끝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미 향기가 나는 사랑의 노래로는 이스라엘 민요 ‘장미 가득한 저녁에’라는 곡이 유명하다.
요즘은 봄비가 자주 온다. 휴일밤사이에 천둥 번개에 돌풍까지 동반한 꽤 요란한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5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 출근길 도심에서의 교통이 혼잡할 것 같다. 빗길 운전에 조심해야할 것이다. 모든 이가 장미꽃처럼 ‘사랑’ 가득 나누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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