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주식(主食)이 쌀에서 고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연간 60.6㎏, 쌀 소비량은 56.4㎏이다. 2022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량에 앞선 이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실험실에서 소· 돼지‧ 닭 등 다양한 동물 세포를 인공적으로 성장· 증식시켜 만든 ‘식용고기’를 즐겨 먹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뉴스가 떴다. ‘배양육 삼겹살’을 불판에 는 날이 바야흐로 우리들 눈앞으로 다가온다는 말이다. 이젠 쌀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는 시대라, 그럴 가능성은 다분하다고 여겨진다.
한마디로 배양육은 실험실에서 만든 ‘식용 살코기’다. 동물의 세포 중 아직 분화되지 않은 ‘줄기세포’를 추출, 배양기에 넣고 근육세포 등으로 증식해 만든다. 과거 배양육은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반감이 크면서 외면당했다. 그러나 배양육은 생명공학 기술발전으로 맛과 질감이 일반 고기와 엇비슷하게 만들 수 있고, 기후문제나 식량안보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최근 선진국의 식품기업이 개발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소·돼지‧닭 등 다양한 동물 세포를 인공적으로 성장· 증식시켜 만든 식용고기 ‘배양육’은 이미 10여 년 전인 2013년 영국 런던에서 시식회가 열려 화제를 모았다. 소 한 마리에서 얻은 생체조직 표본 하나로 한 달 반이면 소고기 버거 패티 10억 개를 만든다는 논문도 나왔다. 미국 컨설팅 회사 AT커니가 내놓은 <배양육의 과학적 사실과 대중의 인식 간 격차 줄이기>라는 연구논문에선 2040년 세계 배양육 시장규모를 6300억 달러(약 860조원)로 예상하고 있다.
이 거대한 ‘미래 먹거리’ 시장을 휘어잡기 위해 혈투가 이미 벌어지고 있다. ‘마법의 돌’인 반도체가 세상문화를 바꿔놓은 것처럼, ‘마법의 배양육’이 미래의 식생활 문화를 지배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싱가포르와 호주는 세계 최초로 배양육 닭고기 판매를 2020년에 승인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6월 미국에서 닭고기 배양육으로 만든 메뉴의 판매를 승인하고, 올해 1월 이스라엘이 세계 최초로 소고기 배양육 판매를 허용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엄격한 검사 끝에 ‘업사이드푸즈’ 업체의 닭고기 배양육의 안전성을 인정했다. “식품안전 측면에서 실제 고기와 다를 바 없다. 특히 배양육은 생산과정에서 항생제를 쓰지 않고 무균상태로 배양하여 인체의 항생제 내성을 키울 위험이 없고, 동물을 통해 감염되는 질병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양육의 식용 일상화를 둘러싸고 세계 곳곳에서 배양육 ‘합법화 허용’ 논쟁이 뜨겁다. 배양육은 여전히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란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판매·시식 합법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기고 있는 것이다.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에서도 배양육이 식량위기, 기후변화 등의 해법으로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 사회가 배양육 합법화를 두고 논쟁에 빠져 있는 사이, 아시아에선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배양육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배양육 상업화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월 세포배양 식품원료를 한시적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식품 등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인정기준> 개정고시 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경북지역을 세포배양 식품규제 자유특구로 지정,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배양육 시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육류생산 방식에 비해 토지와 물 사용을 각각 최고 90%, 96% 절약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게는 96%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배양육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오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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