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1심 공판에서 의원직 상실 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다음날인 16일 ‘윤석열 정권 퇴진‘ 장외집회에 참석,“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자 진중권 교수가 sns에 “이 대표는 자신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는데 결국 죽는 것은 주변 사람들 이었다”고 했다.
진 교수는 또 “이번 유죄 판결의 증거로 사용된 것 중 하나가 이 대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고(故)김문기씨가 자녀들에게 남긴 영상이었다”며 “김씨 장남이 재판정에 증인으로 나와 있었는데 이 대표가 자기 부친을 기억도 못한다고 딱 잡아떼는 것을 보고 얼마나 기가 막혔겠느냐”고 했다. 안 봐도 당시의 재판정 장면이 상상된다.
오죽했으면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했던 고(故) 전형수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이 대표에게 “이제 정치 그만 내려놓으십시오”라는 글을 남겼을까. 결국 이렇게 될 것을 가지고 애먼 사람들만 여러 명 세상을 떠나게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세상일은 요지경 속 같다.
민주당은 그동안 이재명 개인 사법리스크를 가지고 공당답지 않게 온갖 수단을 총동원해 ‘이재명 방탄’에 전력투구했다. 하지만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이 딱 들어맞게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나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 상실과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 진다.
그뿐인가.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선관위에서 보전 받은 선거비용 434억 원도 반납해야 한다. 게다가 오는 25일 1심 선고가 내려질 위증교사 혐의에서는 선거법 위반 선고보다 더 높은 형량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그러니 사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몇 차례건 야외 정치집회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정에서 나와 기자들에게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으로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명백한 정치탄압이며, 사법부를 이용한 야당 죽이기”라며 대대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항소하는 것은 자유지만 이게 어찌 ‘명백한 정치탄압’이며 ‘야당 죽이기‘인가. 국회 다수의석을 앞세워 검찰은 물론 사법부까지 겁박한 정당이 할 소리는 아니다.
민주당이 검찰과 사법부에 대해 압박한 사례를 한 번 되돌아보자. 우선 검찰만해도 대장동. 백현동 비리수사,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해 줄줄이 탄핵소추안을 냈다. 그리고는 “이 대표를 괴롭힌 죄”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또 검찰을 수사하는 특검도 추진했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사법부에 대해서는 또 얼마나 겁박했나. 당 지도부가 ‘판사 선출제’를 거론하고, 판사 탄핵 서명운동도 벌였다. 한편으론 이 대표의 무죄를 탄원하는 100만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게 모두 사법부 겁박이 아니고 무엇인가. ‘재판지연은 정의가 아니다’라는데 이 때문인지 이 대표 재판은 이번 선거법 위반 1심판결이 나오는데 만 2년 2개월이 걸렸다.
민주당은 집요했다. 입법권을 동원해서 방탄에 올인 했다. 이 대표의 처벌을 막기 위해 기소의 근거가 되는 선거법 조항을 바꾸는 개정안을 내고, 검찰을 겨냥해서는 ‘수사기관 무고죄’를 만들고, ‘표적수사 금지법’도 발의했다. 구속 수감 중인 이화영 전 부지사를 청문회 증인으로 불러내 일방적인 변명을 할 수 있게도 했다. 가관도 이런 가관은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 선거법 위반 등 1심 선고가 가까워오자 갑자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공공연하게 외쳐댔고, 하야를 주장했다.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정권규탄 장외집회를 열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몇 차례씩 재발의 하는 등 윤 정부 흔들기에 열중했다. 국회는 파행됐고, 민생은 뒷전이 돼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정치공세를 편다 해도 공세는 공세일 뿐 이 대표의 비리혐의는 덮을 수 없었다. 이 대표의 선거법위반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허위 사실이 공표되면 민의(民意)가 왜곡(歪曲)되고 대의민주주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이 대표는 지금 위증교사, 대장동 비리, 불법대북 송금사건 등 4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은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고, 민주당도 이젠 방탄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이 대표 재판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국민 분열을 막을 수 있다.
논어 이인편 제11장에 보면 ‘군자회형, 소인회혜(君子懷刑, 小人懷惠)라고 해서 어진 사람은 작은 잘못에도 형벌을 받을 생각을 먼저 하는 반면, 어리석은 사람은 죄를 짓고도 누군가의 혜택으로 벌을 면할 궁리를 한다고 했다. 2500여 년 전의 공자 말씀인데도 신기하게도 오늘의 현상에 딱 들어맞는다.
민주당은 정치공세를 그만하고, 국정과 민생에 전념해야겠지만, 이 대표도 자신의 방탄에 공당(公黨)을 더는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충고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후세에 ‘어진 지도자’였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 아닌가. <저작권자 ⓒ 오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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