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일보

아내와 침향환

이서인 기자 | 기사입력 2024/09/19 [06:55]

아내와 침향환

이서인 기자 | 입력 : 2024/09/1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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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영 회장 현)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문학신문 대표     

한 지인이 추석선물이라며 D제약회사에서 출시한 침향환 프리미엄 세 박스를 보내왔다. 얼마 전에 오찬을 같이 하면서 아내의 병세에 대해 묻기에 몇 가지 상황을 이야기 해줬더니 나름 큰 도움이 될 거라며 효과가 있으면 다음에 또 보내주겠다는 간단한 메모와 함께 보내왔다.

 

귀한 선물을 보내준 지인에게 감사 전화를 걸었더니 성경에 다섯 번이나 언급했을 정도로 면역 증강에 좋으니 사모님께서 잘 복용해서 하루빨리 쾌차하길 빈다고 했다. 나는 성경을 들고 침향(沈香)에 관한 대목을 찾아나갔다. 민수기 24장 6절에 보니 “여호와의 심으신 침향목을 들고...”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 구절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침향의 학명은 Aquilaria agallocha(아콸라리아 아갈로차)다.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생겼을 때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분비되는 진액이 오랫동안 굳어져 생긴 천연물질이라고 했다. 진주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같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선 전혀 생산되지 않으며 베트남 침향을 최고로 친다고 한다.

 

침향은 가라앉는 향, 물속에 잠긴 향이라는 뜻인데 그 향기가 무거워서 물속에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에도 기록이 있고,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있다고 한다. 침향의 약효는 무궁무진하다. 몸속의 위장, 신장, 비장, 간장에 두루 작용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약용, 향료, 종교의식 등에 사용되는데 황금보다 비싸고 귀한 것으로 쳐준다.

 

네이버에서 찾아보면 뜨지 않고 가라앉는 침향이 진(眞) 침향이다. 침향을 불붙여 피우면 주변의 공기를 빠르게 정화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두뇌활동을 촉진시켜 머리와 눈이 맑아지고 스트레스 해소와 방충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만병통치 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아내가 먹으면 좋으련만 안 먹겠다니 며칠 있다가 다시 한 번 권해봐야겠다.

 

침향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단단한 덩어리로 만들어진 침향나무의 수지인데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찰에서 피우는 향이 침향나무를 태우는 것이라고 하고, 염주알도 침향 나무로 만든다고 한다. 염주 알에서 나오는 향도 기침이나 천식, 폐렴 증상을 완화시킨다고 한다.

 

침향은 향기와 함께 살균과 방부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예수님이 돌아가신 뒤 시신을 가져다 “니고데모가 몰약과 침향을 섞은 것을 백 근쯤 가져온지라“ 라고 성경에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침향환, 침향치약, 침향비누, 침향차, 침향수 등 다양한 종류의 건강식품들을 연구 개발하여 시중에서 인기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침향은 향기 중에서 최고의 향기를 자랑하기 때문에 향수의 재료로 많이 썼다. 마릴린 먼로가 알몸에 ‘샤넬 No5’만 뿌리고 잤다는 향수도 침향수다. 그래서 ‘샤넬No5’는 침향이 들어가서 비싼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클레오파트라도 침향의 향을 굉장히 좋아했고, 천하일색 양귀비 역시 다른 장신구를 제쳐놓고 침향 목걸이만 목에 걸었다고 전해진다.

 

세종대왕도 침향을 무척 사랑했으며, 고려시대부터 사용했다던 선비들이 가지고 다니는 부채의 선추(扇錘)에는 사향(麝香)이나 침향을 넣어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기침이 나거나 천식, 숨이 찰 때, 구토를 느낄 때, 딸꾹질을 할 때 침향의 향을 맡으면 증상이 가라앉는다고 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가구, 예컨대 장롱 등에 향나무 조각을 넣어두었다. 이유는 향나무의 향 때문에 가구 속에 넣어둔 옷에 좀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침향을 넣어두면 좀이 절대로 쓸 지 않을 것이다. 그뿐인가. 집안에 향내가 은은하게 퍼져나가 항상 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예전엔 제사를 지낼 때 향로에 늘 향나무를 조각내어 향을 피우곤 했는데 그 향기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곤 했다. 이른바 지방을 써서 붙이고 향불을 피우면 제사상 머리에 선친께서 앉아 계신 듯 한 착각을 하게 했다.

 

아내는 내 설명을 듣고는 자기보다 내가 먹어야 한다고 다시 우긴다. 이유는 내가 자기를 케어 하느라고 몸이 쇠약해졌으니 내가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박스 반씩 나눠서 먹자고 하니 약은 원래 나눠 먹는 게 아니어서 안 된다고 했다.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내가 먹기로 하고 그 대신 흑염소 즙과 산삼 배양 근은 아내가 꼭 먹기로 타협을 봤다. 그러면 무얼 하는가. 그뿐이다. 수박을 사오라고 해서 사다놓고 통째 그대로 있고, 조카, 아우들이 아내가 먹으라고 보낸 과일이나 과자 등이 쌓여 있는데 아내가 중환자실에 있으니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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