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일보

가치 있는 삶

이서인 기자 | 기사입력 2024/09/19 [06:54]

가치 있는 삶

이서인 기자 | 입력 : 2024/09/1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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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영 회장 현)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문학신문 대표    

신록이 우거지는 싱그러운 6월이 왔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한 아름의 희망을 펼쳐보는 계절이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니 마음은 우울해지기만 한다. 오늘도 아내는 일어날 시간인데 잠에서 깨어나질 못한다. 어제 저녁에 먹은 약기운 때문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다리가 아프다며 주물러 달란다.

 

나는 아내의 두 다리를 두 손으로 힘껏 주무르기 시작한다. 처음엔 아프다며 얼굴을 찡그리더니 점점 시원하다며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 같다. 아내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방에서 식당으로 나와 하는 수 없이 혼자 아침밥을 먹는다. 요즘 들어 아내가 식사를 제대로 못한다. 그러니 근육이 점점 빠지는 게 눈으로 보인다.

 

오전 9시가 되니 틀림없이 요양보호사가 들어선다. 도뇨만 하고 좀 더 잠을 자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알려준다. 나 역시 잠이 부족해서 아침밥이 맛이 없다. 요양보호사께 할머니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부리나케 집을 나선다.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옆 동의 할아버지를 만났다. 나를 보더니 그분은 대뜸 “왜 며칠 사이에 이렇게 말랐느냐?”고 한다.

 

요즘 들어서 내가 거울 앞에 서서 보면 내 스스로도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얼굴은 수심에 가득 찼고, 눈은 퉁퉁 부어있다. 오늘 아침도 늦게 일어났지만 잠이 부족한가보다. 어제 밤에는 아내가 5번이나 깨어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 때마다 도와주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며칠 전 몸무게를 달아보니 원래 보다 약 6kg 정도 빠진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출근을 하는데 왠지 걸음걸이가 휘청거려지고 기운도 없다. 모든 일에 의욕도 없어진 것 같았다. 아까 만난 그분이 말한다. “왜 잠을 못자셨나요? 아까 여기까지 오는 것을 보니 다리가 휘청거리잖아요.” 그러면서 매우 안쓰러운 눈치다. 그는 내 아내가 병석에 누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아내 병간호에 힘이 든다. 그럴 수밖에 없다. 혼자 걸어서 화장실에 가고, 식사도 어느 정도 하는 편이었던 아내였다. 실내 자전거까지 타면서 하체 근육운동도 열심히 했다. 그러다가 이달 들어 한 가지씩 못하기 시작했다. 지난달부터는 걷기보조기구를 붙들고 걷는 운동을 못하더니 이달 들어서는 실내 자전거도 힘이 들어 탈 수가 없다고 한다.

 

엊그제는 혼자 자전거를 타려다가 옆으로 넘어져 발목이 긁히는 부상을 입었다. 그 이후론 자전거 근처도 가려하지 않는다. 혼자 하는 운동을 못하니 더 우울해지는 것 같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시원한 것 같아 집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휠체어에 태워 동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있는 곳으로 가서 같이 대화에 참여케 했다. 경과는 성공적이었다. 아내가 머리가 한결 맑아진 것 같다고 했다.

 

요사이 나도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는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이 정도 가지고 실망하거나 의욕을 잃어버릴 내가 아니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도 않는다. 삶이 힘들다고 한탄만 한다든가 삶을 저주할 위인이 아니라는 걸 내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이것을 극복하는 길은 내 자신이라는 것도 잘 안다.

 

나는 당장 오늘부터 얼굴에 행복이 가득 차보이도록 연습했다. 거울을 보고 입가에는 늘 미소가 떠나지 않는 연습도 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별것이 아니더라도 그냥 웃으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혼자 있을 때도 잘 웃는 연습을 하며 기쁨에 찬 모습을 짓는 연습했다. 그랬더니 어느 지인이 요즘 부인 간병하느라 힘들 텐데 어떻게 그렇게 즐거운 모습으로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

 

내 대답은 간단했다. ‘아내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내가 비록 나쁜 병으로 불편은 하지만, 그래서 내가 좀 고생하는 편이지만, 그녀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하다고 했다. 아내의 웃는 얼굴은 물론 짜증내는 얼굴도 내게는 사랑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와의 동행은 늘 행복하다고 했다. 지인은 ‘효부 났네“ 하면서 크게 웃는다.

 

어느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신이 인간에게 베푸는 천국은 이 세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그렇다. 사랑 자체이신 신, 진리 자체이신 신의 뜻을 깨닫고 그와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산다면 요즘 겪는 고난쯤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사랑을 지니고 인생에 참뜻을 주는 진리 추구의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만큼 가치 있는 삶도 없을 것이다.

 

가치 있는 삶을 살려면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보통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면 물건이 필요하고, 쾌락이 순간의 기쁨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의 보람과 가치를 그런 곳에서 찾을 수는 없다. 짧은 시간을 살다 떠나는 우리지만 사랑을 실천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2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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