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일보

증오정치 악순환 고리 총선계기로 끊어 버리자

이서인 기자 | 기사입력 2024/01/27 [17:05]

증오정치 악순환 고리 총선계기로 끊어 버리자

이서인 기자 | 입력 : 2024/01/27 [17:05]
본문이미지

▲ 장석영 회장 전)서울신문 사회부장,국장,본부장,논설위원, 명지대외래교수,행정학박사,한국문인협회 회원,한체대초빙교수,삼강문학회회장,pen클럽한국본부회원, 현)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문학신문 대표     

총선 정국에서 절대로 벌어져선 안 될 정치테러가 또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25일 서울 도심에서 괴한의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과거에도 정치인을 향한 공격사건이 종종 발생했지만, 이 대표 피습 23일 만에 여당 지도부 출신인 배 의원마저 괴한의 습격을 받으면서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을 겨냥한 물리적 공격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마치고 개인 일정으로 서울 강남구 한 건물을 찾았다가 범인으로부터 둔기로 머리를 11차례나 가격 당했다고 한다. 당국은 범행동기가 무엇인지, 공모가 있었는지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할 것이다.

 

‘혐오의 정치’ 칼날에 야당 대표에 이어 여당 지도부 출신 여성 의원이 피습된 것은 한국정치의 비극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지난 2006년 5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지원유세 중 커터 칼로 습격당했고, 2022년 3월에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서울서 대선지원 유세 중 둔기로 머리를 가격 당했었다.

 

한국정치에 왜 이런 비극적 상황이 반복되는 것인가? 양 극단으로 쪼개진 진영 간 대립 속에서 확증편향에 빠진 팬덤과 열성 지지층이 상대를 향한 혐오와 적대, 음해와 왜곡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민주주의는 회색이 아름다워야 하는데 지금의 우리 정치는 검은색과 흰색뿐이다. 갈등을 완충할 공간자체가 없다. 상대를 타도해야할 대상으로 악마 시 하며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양극화 정치가 이런 비극적 상황을 만든 것이다.

 

잇따른 정치인 피습 사건은 향후 정치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이다. 앞서도 이 대표 피습사건으로 민주당의 ‘재편시계’가 잠시 멈춰 섰고, 이낙연 전 대표가 준비하는 신당 창당도 지연 됐으며, 민주당 비주류 혁신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탈당의 결단이 늦어졌었다. 이 대표와 관련 된 재판 일정도 차질을 빚은 것도 사실이다.

 

배 의원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만다행이다. 배 의원 습격범의 범행 동기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일반 시민들과의 접점이 많아지는 총선 선거운동기간 이 같은 정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격이 연달아 발생할 우려가 있을 수 있어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번 사건의 당시 정황을 보면 습격 받은 배 의원을 특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에 따르면 습격 범인은 범행 전에 “국회의원 배현진 입니까?”라고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보도됐다. 배 의원은 현재 당 지도부는 아니지만, 최고위원과 조직부총장 직을 맡으며 인지도가 높고, 친윤 계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야 정치인의 피습사건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이제 혐오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 테러 직후 여야 어느 쪽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가해자 처벌과 배후에만 집중했다는 점과 정치권이 앞장서서 분노를 유발하고 조장하니까 이런 일이 또 벌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리스트 에즈라 클라인은 그의 저서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에서 정치 양극화가 증오와 분노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정치 양극화가 자기만 옳고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정치문법이 당연해지는 ‘이상한 정치의 시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대중에게 호소하기 위해 양극화를 더 자극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대중은 양극화에 더욱 순응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따라서 클라인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정치 양극화를, 특정한 문제적 인물이 없으면 곧 해결 되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면 안 된다. 더욱이 정치 양극화로 정치에 대한 분노와 환멸이 쌓여 가는데, 실패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사회에서 반복되는 ‘정치테러’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선 테러범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고, 증오와 선동의 정치를 조장하는 정치권부터 자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타협과 합의, 협조의 새로운 정치가 용솟음쳐야 한다. 특히 정치인들은 정치의 본질이 권력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기자 사진
  • 도배방지 이미지

장석영칼럼#정치테러 관련기사목록
광고
포토뉴스
메인사진
[포터] 경기 여주시 '2023'오곡나루축제'개최
1/9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