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일보

국회의원 50명 감축으론 부족하다.

이서인 기자 | 기사입력 2024/01/18 [11:08]

국회의원 50명 감축으론 부족하다.

이서인 기자 | 입력 : 2024/01/18 [11:08]

▲ 장석영 회장 전)서울신문 사회부장,국장,본부장,논설위원, 명지대외래교수,행정학박사,한국문인협회 회원,한체대초빙교수,삼강문학회회장,pen클럽한국본부회원, 현)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문학신문 대표

 100명이면 딱 좋다는 국민들 많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 위원장이 엊그제 국회의원 정수를 현재의 300명에서 50명으로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취임 연설 때 선언한 ‘국회의원 불(不)체포 특권 포기’에 이어 그의 신선한 공약은 줄을 잇는다. ‘금고형(刑) 확정시 재판기간 세비 반납’, ‘국민의힘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보궐선거 무(無)공천’에 이어 이번에 네 번째로 약속한 정치개혁안이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 이다.

 

한 위원장의 발언이 있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즉각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진보 정치학자도 가세했다. 의원 정수 감축이 대표해야할 국민 수가 늘어나 국민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서부터 정수를 줄이면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이 더 강해진다고 하는 가하면, 직능대표가 어렵게 되며, 정치혐오를 조장한다는 것이 야당의 비판들이었다.

 

그러면서 야당은 “실현 가능성도 없는 ‘떳다방’ 식의 표 몰이에 불과한 공약의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과연 이들의 비판이 맞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국회의원 수를 줄이면 의원들의 기득권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주장은 국회의원 수와 권력은 큰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간과(看過)한 것이다. 민주화 이후 의원 정수는 늘었지만, 의원의 특권이 줄었다는 증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현재도 대표하는 국민 수가 많은데 의원 정수를 줄이면 국민을 대표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비판도 수긍하기 어렵다.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1인 당 몇 명을 대표하는 것이지만 따질 일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의원 1인 당 인구수가 우리의 네 배에 가깝다고 미국의 대의제(代議制)가 우리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더구나 인구 대비 국회의원이 많은 나라에 비해 우리 국회의원은 훨씬 높은 보수(報酬)와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 보수와 특권이 거의 명예직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모를까 고비용에 상응하는 고효율을 위해서는 의원 정수 축소가 필요하다. 그래서 50명 감축으로는 부족하고, 100명 정도만 남기고 확 줄여야 한다는 국민들도 많다.

 

정치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궤변에 불과하다. 저질 정치가 정치 혐오를 불렀지, 정치개혁 방안이 정치혐오를 부추긴다는 말은 본말(本末)이 전도(顚倒) 된 주장인 것이다. 야당은 의원 1인당 인구수가 17만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네 번째로 많다는 이유를 들어 의원 수를 30~ 50명 더 늘리자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생산성 측면에서 보면 최악 수준이다. 세비는 OECD국가 중 세 번째로 높고, 9명의 보좌진을 두고 있는데도 의회 효과성은 꼴지 바로 앞이다. 마구잡이 입법 탓에 법안 가결 율도 10% 안팎에 불과하다.

여론조사에서도 정원 감축 찬성응답이 압도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와 특권을 누리면서도 정쟁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비례대표 의석부터 줄이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직능대표의 기능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그동안 정당과 비례대표 의원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현재 비례대표는 47명이다. 이 비례대표를 없애고 미국처럼 지역구 의원으로만 해도 된다. 비례대표제도 역시 직능대표성과 사표(死票)줄이기 등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저질. 극단의원 양산의 통로가 됐다는 평가다.

 

한 위원장이 이 시점에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꺼낸 데는 당연히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본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이 같은 정치적 계산을 가능하게 한 게 바로 국회의원들이 지금까지 보인 행태 때문이라는 점이다. 정부기관 가운데 신뢰도가 계속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곳이 국회가 아닌가.

 

이런 불신과 이에 수반된 정치 냉소주위가 국회의원 정수 축소 공약이 득표로 연결될 것이라는 계산을 하게 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한 위원장의 제안은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게 아니라 기왕의 정치혐오가 한 위원장의 제안을 가능케 했다고 할 수 있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스스로 기득권과 폐해를 줄이는 정치개혁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유일한 기회가 총선 시기이다. 국민 요구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루소의 명언처럼 ‘국민은 선거 때만 주인이고, 끝나고 나면 노예’가 돼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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