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준 <필자 : 조선일보 정년,시인, 저술가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독산성 산성 위로 힘차게 솟아오른 태양의 서기(瑞氣)를 받아 청룡처럼 높이 날며 ‘50만 경제자족도시로 발전하는 큰 꿈’을 실현하자!”며 오산시민들이 갑진년 새해 아침을 ‘독산상 해돋이’로 시작했다는 뉴스가 감동적이다. 우보천리(牛步千里) 기상으로 여민동락(與民同樂) 금향만정(琴香滿庭)을 기원한 이권재 오산시장의 신년사에도 비전이 넘쳐흐른다.

오산시 독산성은 ‘임진왜란 당시 흰 쌀로 말을 목욕시키는 위장 전술로 왜적을 퇴각시켰다는 승전 전설이 내려오는 사적지이다. 본성의 내성은 350m, 산성의 연장길이는 1100m에 이른다. 독산 정상을 빙 둘러 축조한 테뫼식 석성으로 위용을 자랑한다.

임진왜란 때인 1593년(선조26) 명나라 원군이 평양을 수복하고 남하하자, 전라도 순변사 권율 장군이 명군과 호응하여 한양을 수복하기 위해 근왕병(勤王兵)을 이끌고 북상, 이곳 독산성에서 수만 명의 왜군과 대치했다. 그때 왜장 가토 기요마사는 벌거숭이 민둥산인 독산성엔 물이 없을 것이라 여기고, 물 한 지게를 산 위로 올려 보내 권율 장군을 조롱했다. 그러자 권 장군은 백마를 산 위에 세워놓고 흰 쌀을 말 등에 끼얹어, 마치 백마를 목욕시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를 본 가토는 성 내에 물이 많을 것으로 오판하면서, 스스로 퇴각했다고 전한다.

권 장군은 화차(火車)를 만들어 행주산성에서 왜적을 대파하고 한양도성을 수복하는 큰 전공을 올렸으니, 이를 진주대첩, 한산대첩과 함께 임진왜란의 3대대첩이라 한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조정에서 독산성에 세마대(洗馬臺)를 세우고, 병기창을 두어 무예연습을 하도록 했으며, 조선 제22대 정조16년(1792년) 독산성과 세마대를 중수했다. 정상에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의 친필 ‘세마대’ 현판을 내건 누각 건물이 있다.

독산성(禿山城)은 원래 백제가 처음 목책으로 쌓았고, 통일신라 이후 고려시대 때는 군사상 요지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용인 석성산성과 광주 남한산성과 삼각체제를 이뤄, 도성 남쪽의 방어를 했던 요충지,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폈던 병법 전략에 따라, ‘세마산’ 또는 ‘세마대’라고도 부른다. 독산성은 벌판에 우뚝 솟아있어, 주변에 높은 산이 없고 사방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군사기지로서 중요지만, 샘물이 부족한 것이 흠이었다. 옛날엔 독산성을 석대산 향로봉이라 하였는데, 조선시대에 들어와 독산성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특이하게도 수도권에서 독산성으로 가는 길은 오산역이 아니라 화성 ‘병점역’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독산성으로 오르는 길목, 쉼터 비슷한 곳에 나무 두 그루가 반겨주는데 ‘연리지(連理枝)의 사랑’ 안내판이 보인다. 그러나 나뭇가지가 붙은 연리지가 아니라, 나무의 본 그루가 우람하게 버텨선 연리주(連理株)이다.

별로 높지 않은 양산봉을 거쳐 계속 길을 따라가면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장승들이 양쪽에서 독산성 입구를 지키며 서있다. 그 앞을 지나, ‘삼림욕장’ 표지판을 왼쪽에 두고 우회전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독산성 성곽이 나타난다.

성벽을 통과하는 문 안에, 보적사(寶積寺)가 있다. 백제가 처음 독산성을 쌓고, 승전을 기원하며 창건한 고찰, ‘보물을 쌓는다’는 의미로 보적사라 했다하니 부국평안을 기원하는 기복사찰(祈福寺刹)이었다. 성곽에 오르면 오산시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오고, 발 아래로 ‘황구지천’이 흘러간다. 화성, 동탄 신도시, 수원시내가 조망되고, 용인 광교산도 보인다. 독산성에서 갑진년을 힘차게 시작한 오산시민들의 활기찬 기상, 올 한해에도 행운과 축복이 가득한 한해가 되기를 소망하는 모습이 오산일보에 담겼다.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발걸음에 활력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