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일보

매화 향기, 한겨울 ‘설중매’ 뜨거운 연정

이서인 기자 | 기사입력 2024/01/15 [06:21]

매화 향기, 한겨울 ‘설중매’ 뜨거운 연정

이서인 기자 | 입력 : 2024/01/1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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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준 <필자 : 조선일보 정년,시인, 저술가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매화는 오산시의 시화(市花)이자 자유중국 대만의 국화(國花)이기도 하다. 매화(梅花)는 난초(蘭), 국화(菊), 대나무(竹)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라고 하여 선비의 곧은 절개를 상징한다.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점 때문이다.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 위에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낸다하여 동백과 쌍벽을 이루는 겨울 꽃으로 불린다. 온갖 꽃이 미처 피기도 전에 피어나서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 준다. 매화는 창연한 고전미가 있고 말할 수 없이 청아한 인상을 주는 꽃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 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아 정원에 관상수로 심는다. 엄동설한에도 굴하지 아니하고 봄마다 향기 높은 꽃을 피우는 특성 때문에 ‘불굴의 절조’ ‘속세를 초월한’ 등의 찬사가 붙는다. 그래서 ‘세한(歲寒)의 맹서’, 군자(君子), 청우(淸友), 청객(淸客) 등으로도 호칭된다. 겨울철 섣달에 피는 매화를 기우(奇友), 봄에 피는 매화를 고우(古友)라 했다는 전설도 있다.

 

한겨울 눈 속에서 피는 매화를 설중매(雪中梅)라고 하는데, 조선의 성리학자 퇴계 이황도 매화를 무척 아끼면서 소재로 삼아 많은 시조를 남겼고, 매화 분재를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매군(梅君), 매형(梅兄), 매선(梅仙)이라고 불렀던 퇴계는 임종이 가까워지자 “저 매형에게 물을 주어라” 당부했는데 이 말이 유언이 되었다고 전한다.

 

매화가 꽃피는 개화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소 달라서 남부지방은 1~3월, 서울 포함한 수도권과 중부지방은 3~4월이다. 붉은 매화를 ‘홍매’, 흰 매화를 ‘백매’라고 하는데, 연한 분홍빛이 아름다운 백매는 종종 벚꽃과 혼동되기도 한다. 벚꽃과 가장 큰 차이는 향기의 유무이다. 벚꽃에는 향기가 거의 없지만 매화는 향기가 특별하다. 봄철 매화 밭은 아주 향기롭다.

 

매화의 꽃말은 ‘고결한 마음’, ‘결백’, ‘기품’, ‘인내’ 등 여러 가지이다. 옛날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한 인재는 머리에 매화 꽃대를 꽂은 모자를 쓰고, 조정의 모든 벼슬아치와 백성들 앞에 나섰다. 매화를 거두어 매화차(梅花茶)로 먹기도 한다. 기침과 갈증 해소에 좋다고 한다.

 

영원한 현모양처의 표상인 신사임당은 ‘매화’ 14점, ‘초충도’ 8점 등 명작을 남겼다. 특히 큰 딸의 이름을 ‘매창’이라 지었는데, ‘작은 심사임당’ 칭호를 받았고, 아들 율곡을 낳은 오죽헌 뜰 몽룡실 옆에 매화나무를 심었는데 아들은 과거시험에 아홉 번 장원해 ‘구도 장원공’으로 불렸고, 매화나무는 600여년 풍설을 이기며 자라 지금 천연기념물 제484호로 지정되어 있다.

 

매화의 고운 자태, 그 맑은 향기, 그 조촐한 지조를 취하여 기생들의 이름에도 ‘매(梅)’자가 들어간 이름이 많았다. 《춘향전》에 나오는 춘향 어머니도 월매(月梅) 기생이었다.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 전설로 뜨거운 연정을 남겼던 유명한 기생으로 고려말 송도에 미모와 재주가 뛰어난 ‘설중매’ 여인이 있었다. 그녀가 유명해진 사연은 이렇다.

 

이성계가 조선개국 공신들을 모아 위로연을 베푸는 자리에 설중매도 초대됐다. 술기운이 오른 어느 정승이 설중매에게 농담으로 “너는 아침을 동쪽 집에서 먹고, 잠은 서쪽 집에서 잔다던데 오늘 밤은 나와 같이 지냄이 어떠냐?”고 하자 설중매가 “참으로 고명하신 대감의 말씀이 지당하여 기꺼이 짝이 되어 모시겠습니다.”라면서 “고관들이 두 성씨(고려 왕씨와 조선의 이씨)에게 봉사함은 석인지치현지재(昔人知恥現知財)라, 옛 사람들은 창피함은 알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재물만 밝히네”라고 직설했다. 설중매의 비수 같은 조롱 섞인 그 한마디에 대감은 물론, 모두가 부끄러워하며 돌아갔다고 전한다. 매화-그 ‘불굴의 절조’는 시대를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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