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일보

판사들의 상식 밖 재판 이게 바로 사법농단이다

이서인 기자 | 기사입력 2024/01/11 [07:11]

판사들의 상식 밖 재판 이게 바로 사법농단이다

이서인 기자 | 입력 : 2024/01/1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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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영 회장 전)서울신문 사회부장,국장,본부장,논설위원, 명지대외래교수,행정학박사,한국문인협회 회원,한체대초빙교수,삼강문학회회장,pen클럽한국본부회원, 현)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문학신문 대표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에 생긴 일선 판사들의 ‘룰’이라지만 ‘3번 룰’이란 게 있다. 워라벨을 중시하는 배석판사들이 야근을 밥 먹듯 했던 과거 근무 관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만든 악습이다. 이들을 이끄는 부장판사들은 이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묵인했다. 판사들이 사실상 일 적게 하자고 담합한 것이다.

 

판사들이 ‘3번 룰’에 맞추다보니 쉬운 사건만 먼저 선고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장기 미제 사건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2년 내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장기민사사건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5년간 3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판사는 편했을지 모르지만, 피해를 입는 건 사건당사자인 국민에게 돌아갔다.

 

정치인들의 형사재판에서는 피의자들이 의도적으로 재판지연 전략을 쓰는데 재판부가 이를 쉽게 용인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사건에서 이 대표는 물론 관련 사건의 다른 피의자들도 재판지연 전략을 쓰고 있는데 재판부까지 이에 동조하거나 아예 스스로 지연 전략을 쓴다는 의혹을 받는 사례가 많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부터 보면 1심판결이 나온 것은 재판에 넘겨진지 무려 3년10개월만이었다.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문재인 정권이 사건을 덮기 위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온갖 방해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소 이후에는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우리법 연구회 출신인 김미리 판사에게 사건을 맡기면서 재판지연은 시작됐다.

 

김 판사는 15개월이나 공판을 열지 않다가 더 이상 공판을 미룰 수 없게 되자 휴직을 신청했다. 그 바람에 송 전시장은 4년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더욱 황당한 사건은 엊그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 34부 강규태 부장판사가 다음 달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갑자기 사표를 낸 사건이다.

 

강 판사는 이 대표 재판을 16개월이나 질질 끌다가 선고도 안 한 상태에서 사표를 제출했다. 이 때문에 4.10 총선 전 선고는 물 건너갔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여부는 본인의 유 무 죄는 물론 제1 야당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신속한 판결이 요구됐었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해선 선거법 제 270조에 “1심을 6개월 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래서 재판부는 보다 더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강 판사는 재판을 16개월씩 끌다가 사표를 냈기 때문에 이미 10개월 동안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이를 보면 강판사야말로 일말의 책임감이나 양심은 전혀 없는 사람으로 비친다. 중요 사건 재판장이 이 정도로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다는 것은 유례가 드문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복잡하다면 불가피하게 재판기간이 길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법리와 증거 측면에서 비교적 간단하다.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의 핵심실무자였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차장을 알았는지, 백현동 토지의 용도 4단계 상향조치가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인지 여부를 따지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준비 기일만 자그마치 6개월이 걸렸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1주일에 2번 재판을 여는 게 보통인데 강 판사는 2주일에 1번 심리를 진행했다.

 

작년 8월 이후엔 이 대표의 단식 등을 이유로 재판을 두 달 넘게 미뤄주기도 했다. 작년 10월엔 “주 1회 재판을 고려해 달라”는 검찰의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를 한다면 이 대표에게 유죄를 내리지 않을 수 없으니 애초부터 선고를 안 내려고 한 것으로 의심 받기에 충분하다. 이거야 말로 사법의 정치화, 사법농단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재판부 배석판사 2명도 다음 달에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통상 형사 합의부 재판장은 2년, 배석 판사는 해마다 교체하는 법원 내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재판부가 통째로 바뀌면 재판은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가 선고를 못한 상태에서 떠난다는 것은 판사들이 재판 하는 척 시늉만 하고, 선고는 후임 재판부에 떠넘기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가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신임 조희대 대법원장이 신속. 공정한 재판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김명수 체제에서 빚어진 이런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 재판 지연문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

 

신속 .공평한 재판은 헌법이 규정한 판사의 책무다. ‘3건 룰’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판사들의 근무지 이동내규도 고쳐야 한다. 또한 형사 전담 법관을 두는 등 대법원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판사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국가를 지탱하는 사법의 중추다. 그런 사명감을 판사들이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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