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일보

‘막말 정치인’을 청산해야 하는 이유

이서인 기자 | 기사입력 2024/01/08 [08:07]

‘막말 정치인’을 청산해야 하는 이유

이서인 기자 | 입력 : 2024/01/0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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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영 회장 전)서울신문 사회부장,국장,본부장,논설위원, 명지대외래교수,행정학박사,한국문인협회 회원,현)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문학신문 대표     

영국의 대정치가 윈스턴 처칠의 일화는 많다. 특히 그의 재치 있고 예리한 말 속에는 심오한 진리가 들어 있어 현재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번은 신문기자가 ‘정치가가 되기 위한 자격’에 대해 물었다.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그것은 내일, 내주, 내월, 그리고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언할 수 있는 재능”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뒤 이렇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후일 그 예언이 맞지 않았을 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재능이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정치가가 되려면 앞을 내다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만약 그 예측이 안 맞았을 때는 솔직히 잘 못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처럼 앞을 내다보기는커녕 지금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 하고 증오가 섞인 막말로 상대를 악마화 하고 적대감을 부추기는 작태를 나무라는 말 같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계기로 ‘증오 정치’에 대한 정치권의 자성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여야는 막말 발언자에 대해 공천할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엊그제 당 사무처 시무식에서 “국민들이 공감하지 않는 극단적 혐오의 언행을 하는 분은 당에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극단적인 갈등과 혐오의 정서는 전염성이 크기 때문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금세 퍼질 것이고, 그건 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 등 잇따른 설화 이후 민주당도 공관위를 중심으로 증오발언 여부를 공천 심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공직자선거 후보자 검증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막말이나 설화 등에 대해 검증하고 공천심사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바가 있다.

 

여야가 이처럼 증오발언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을 공천배제까지 검토하는 배경은 오는 4.10 총선에서 ‘무당층’으로 분류되는 중도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라고 본다. ‘반드시 이번 총선에서 거야의 폭주를 막겠다.’는 여당과 ‘과반의석 원내 1당 지위를 사수하겠다.’는 야당 모두 외연확장이 시급하다. 그래서 먼저 자정움직임을 보이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선 것 같다.

 

다만, 관건은 증오표현이나 사회적 물의 등을 객관적이고 계량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지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선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혹자는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록이나 언론에 공개된 막말 내용과 발언 횟수를 두고 기준으로 삼자고 한다.

 

또한 누가 막말을 할 때 이를 제지하지 않고 동조하거나 막말을 한 뒤 즉석에서 사과를 했을 경우, 사과하지 않는 경우, 며칠 뒤 사과한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도 정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영국과 미국 등 선진 외국의 경우를 참고하자고도 한다. 모두 필요한 내용 들이다.

 

영국과 미국 의회는 상대를 적대시 하거나 표현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의장은 이를 제재하고 징계할 수 있는 권한도 행사한다. 예컨대 영국의회에는 올해로 63년 된 전통이며, 영국의회제도의 상징으로 꼽히는 ‘prime Minister's Question time’, 즉 PMQ라는 게 있다. 이것은 매주 수요일 낮 12시 하원에서 총리가 30분간 질의응답을 하는 통상 일정을 말하는데, 이 시간에는 의원들의 발언예절이 엄격히 적용된다.

지난해 5월24일 보수당의 폴 보리스토 의원이 PMQ 시작 4분 만에 총리의 답변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럽게 고함을 쳤다가 하원의장으로부터 ‘당일 회의 퇴장’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그만큼 증오나 적대적 발언은 적극 제재 받을 정도로 엄한 것이다.

 

미국 하원에도 ‘품위규칙’이란 게 있다. 이 규칙은 상대를 ‘거짓말쟁이’ ‘위선자’라고 부르거나 ‘비겁하게’ 또는 ‘적에게 부역하는’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가는 제재를 받는다. 2020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 논의될 때인데 토론할 때 준수해야할 내용들을 품위 규칙에 추가하기도 했다.

 

우리 국회에서는 어떤가? 윤리규정이 있지만 있으나마나하다. 내용이 부실하기도 하지만 잘 활용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의원들 가운데는 회의 중에 동료의원들을 ‘존경하는 의원님’이라고 하고는 다음 말부터는 막말을 한다. 각료들에게 질의한다면서 윽박지르고, 반말로 일관한다. 여야 의원 간에는 상대진영을 저주하기도 한다.

 

이들 정치인의 언어는 강성지지층들의 증오심을 증폭시킨다. 양극단의 강성지지층들은 자기 진영의 극단적 주장을 맹목적으로 믿고 상대진영의 말은 무조건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런 정치 양극화에 기대서 정치적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장본인은 물론 증오언어를 뿜어내는 정치인들이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국민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하다. 혐오와 분열의 저급한 삼류정치로 대한민국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정치인 자질을 떠나 기본적 인격조차 갖추지 못한 이들을 그냥 두고 봐서는 안 될 것이다. 증오를 부추기는 막말 정치인, 오는 총선을 기해 유권자들이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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