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내리는 첫눈의 매력은 환상적이다. 22일은 첫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한반도의 겨울은 입동으로 시작되고 소설을 거쳐 대설로 겨울이 절정에 이른다. 한파북풍은 겨울의 전령이고, 겨울나기는 동장군과의 전쟁이다. 녹음방초 녹색그린의 산하가 단풍으로 물들고 백설의 설경으로 바뀌는 건 자연의 섭리, 사계절의 순환은 언제나 정직하고 정확하다.
해마다 입동 때는 ‘입동추위’로 겨울철 시그널이 울린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라서 입동추위를 겪었다. 입동 전후에 김장을 담가야 김장 맛이 좋다고 해서 가정마다 김장을 한다. 한국의 ‘김치문화’는 한류바람을 타고 세계로 흐른다. 한국의 김치는 창의적으로 개발한 대표적인 발효음식의 하나로 2013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조선후기 <관독일기>, <청비록> 등을 저술한 왕손의 서자(庶子) 이덕무(李德懋), ‘남산골샌님’인 그는 “1760년 겨울, 한양은 몹시 추웠다. 초가에서 잠을 청하는데, 불어나오는 입김은 곧 성에가 되었다. 몸을 덮으려 이불깃을 당기자 와삭와삭 소리가 났다. 일어나 <한서(漢書)> 한 질을 꺼내 이불 위에 깔아 두 겹 이불을 만들었다. 하루는 겨울 한풍에 등불이 흔들려 책을 읽을 수 없었다. 궁리 끝에 <논어> 한 권을 뽑아 바람을 막았다.”는 글을 남겼다. 스무 살 청년으로 강추위에 전전불매(輾轉不寐 ;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룸)한 회고였던 이덕무의 ‘한서이불 논어병풍’은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일화이다. 오늘날은 기후온난화로 겨울이 예전만큼 춥지 않다는 사실이 통계 수치로 확인된다.
기상청이 1973~2019년 겨울의 최저기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입동·소설·동지·소한·대한의 기온은 매년 0.04~0.14도씩 상승했고, 대설은 0.06도씩 하락했다. 한겨울 기온이 극한으로 떨어지는 이상기온 사례가 발생하지만 전체적으로 겨울기온이 상승한다는 얘기다. 사계절이 순조롭고 고와야 사람도 건강하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탄소배출· 환경파괴 등이 자초한 인간의 업보라는 지적도 많다.
날씨가 쌀쌀하고 일교차가 커져 난방기구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화재발생의 위험도 높아지며, 산불의 빈도수도 증가한다. 특히 늦가을과 초겨울은 화재의 위험이 높은 계절로 꼽는다. 화마는 인간의 삶을 한 순간에 앗아간다. 한겨울의 불청객 화재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일상화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겨울철 화재는 해마다 반복되지만, 인명 및 재산피해는 늦가을과 초겨울에 월등히 높아 화재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올해 상반기 화재발생 건수는 2만 1277건, 사망자는 173명이라고 한다. 화재의 대부분이 안전부주의로 발생한다. 화재의 61.4%인 1383건이 안전부주의로 인한 화재였다.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상생활에서 화재예방법을 숙지하고 안전수칙의 생활화가 우선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선 대형 화재와 화재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첨단기술 개발과 도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2022년 동해안 산불은 진화까지 무려 213시간 43분이 걸리면서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남겼다. 화재는 일순간이지만, 화마로 파괴된 자연복구와 토양회복은 백년이 걸린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차가운 겨울의 문턱, 계절은 동장군이 몰아친다 해도 마음만은 이웃과 함께 따뜻한 온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 모두가 활기차게 일하면서 산업입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경제선진국으로 나아가는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는데 총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오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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