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 혁신안을 놓고 내홍에 휩싸였다고 한다. 혁신위원회가 지도부와 친윤 등에 대해 희생을 요구하자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모양이다. 게다가 혁신위원회의 내부에서까지 불화설이 나오면서 외부 영입 위원들의 사퇴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 17일 따로 만나 혁신위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출마’ 권고에 대한 속도 조절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양측의 충돌이 잦아드는 듯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1주일이 지나자 양측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혁신위원회 내부에서는 비 정치인 출신 위원들과 정치인 출신 위원들 사이에서 당 주류에 대한 용퇴 압박 속도조절과 혁신위 조기 해체론을 두고 격론이 오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박소연 . 이정자 . 임장미 위원이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모양이다. 당 지도부는 말할 것도 없지만, 혁신위원회 마저 왜들 그러는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국민들에게 환골 탈퇴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만들어진 것이 혁신위원회다. 그렇다면 혁신위원회가 희생과 변화를 요구하면 당 지도부와 친윤 등은 적어도 따르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부터 낮은 자세로 임해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나서는 판에 당 지도부가 반발하고 친윤 등은 이를 감싸고 있다니 말이 되는가. 여당의 변화하는 모습을 잔뜩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허탈감마저 들것이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전권을 위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래놓고 그는 자신을 향해 ‘험지 출마’를 요구하자 ‘당 대표의 처신은 당 대표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한 뒤 울산 지역구로 내려가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희생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으로 들린다.
그리고 그는 당 장악력 강화에 나섰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새 최고위원에 들여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가능성을 사실상 봉쇄했다. 총선은 본인이 주도해서 치르겠다는 뜻 같다. 그러자 친윤 등은 김 대표를 옹호하고 나섰다. 유유상종이란 말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혁신위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주류의 강한 반발에 혁신위원회 내부까지 어수선하지만, 당 주류에 대한 희생 권고는 어떻게든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인 위원장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전격 회동한 뒤 원장관이 험지 출마 결심을 밝힌 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혁신위원회가 가동된 후 지금까지 내놓은 혁신안은 5건이다. 그런데 당 지도부가 수용한 것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징계취소 한 건 밖에 없다. 가장 핵심 혁신안인 당 지도부와 중진 및 친윤 의원들에 대한 희생 요구는 대상자 대부분이 거부한 상태다.
물론 당 지도부나 친윤 등이 반드시 희생해야 선거에 이긴다는 법은 없다. 또한 그들이 출마할지, 안할지, 한다면 어디에 출마할지는 각자의 자유다. 그러나 만약 잘못된 선택으로 지금처럼 여소야대가 될 경우 정국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게 아닌가 .
윤석열 정권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무너져도 상관없다는 게 아니라면 혁신위의 권고를 받아드리는 게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현 당 지도부와 친윤 등의 처신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국민 정서가 이렇다면 억울하더라도 앞장서서 변화를 선도하는 게 참 정치인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저작권자 ⓒ 오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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