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비단결보다 더 고운 오색 단풍 절경에 흠뻑 빠졌다. 물향기 맡으며 힐링하고 휴덕(休德)으로 활력을 충전하니 가을하늘이 감싸준다. 물과 나무, 인간이 만나 자연을 음미하는 곳 ‘경기도립 오산 물향기수목원’. 오산시 수청동 경기도 임업시험장 내에 조성된 수목원,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30만㎡ 규모의 부지 위에 16개의 테마원과 부대시설을 갖추어 조성된 드넓은 규모의 수목원, 식물의 특성에 따라 주제별로 나누어진 공간에 1600여 종 42만 5000여 본의 식물들이 속삭이며 향기를 발산한다. 그 안에 다양한 곤충들과 양서류, 다람쥐, 청설모들이 뛰논다. 천혜의 자연 낙원이 예 말고 또 있을까 싶다.
필자는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의 늦가을 만추절경을 오산 물향기수목원에서 만끽했다. 지난 해 여름 대한언론인회에서 역사문화 탐방 길에 찾아왔던 때와는 또 다른 감흥이 물씬 풍겼다. 그때는 8월 폭염 중이었는데, 이번엔 단풍절경으로 새로운 활력이 넘쳐흐른다. 역시 폭염으로 불타는 여름과 단풍으로 이글거리는 풍광이 서로 다른 감흥을 일으킨다. 봄 하늘이 내린 천연동산, 여름의 짙은 녹음, 오색의 단풍향기는 오산(烏山)만의 축제(祝祭) 그 자체다.
하늘을 향해 쭉쭉 치솟은 나무 숲속을 걸어가면서 단풍나무원, 한국 소나무원, 향토 예술의 나무원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고, 각종 식물을 다듬어 다양한 동물 모양을 만들어 놓은 토피어리관과 나무로 꾸며진 미로원에선 선경(仙境)에 든 착각을 느꼈다. 습지생태 식물원, 다양한 종류의 수생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수생 식물원을 비롯해 각종 나무들의 보금자리에선 자연의 신비에 도취되었다. 자연 훼손을 막고 조용하고 깨끗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열정을 쏟아 가꾸어 놓은 곳, 쓰레기통도 없고 그 흔한 매점도 없다. 청정 그린벨리 안에서 녹색 허파의 숨소리를 들었다.
경기도가 2000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하여 2006년 5월에 문을 열었다 하니, 아직 스무 살 약관(弱冠)의 연륜이 아닌 18세 청소년 같은 나이, 싱그럽고 푸른 꿈이 이글거린다. 또한 곤충류, 조류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전시공간도 정겹다. 맑은 물이 나오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동네 이름 ‘수청동(水淸洞)’에 걸맞게 습지 생태원· 수생식물원· 호습성 식물원 등 물을 좋아하는 식물들의 서식처 수식물원, 덩굴식물로 이루어진 만경원, 탐스러운 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린 유실수원, 여러 종류의 소나무를 모아 놓은 한국의 소나무원 등도 눈길, 발길을 잡아당긴다.
나비·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의 곤충들도 유혹의 추파를 던진다. 닭을 비롯한 꿩· 공작이 노니는 관상 조류원, 한 겨울에도 푸른 잎을 볼 수 있도록 꾸민 난대 양치식물원 등도 흥미로운 볼거리이다. 수많은 국내 하천 가운데 최초로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오산천 ‘오산천 생태공원’도 경기도립 물향기수목원과 함께 오산 축제의 주요 테마가 되고 있단다. 자연과 환경, 식물과 자연수, 그리고 인간이 삶의 조화를 일깨워 주는 곳, 뉴욕의 센트럴파크, 파리의 베르사유 궁전 정원보다 더 아름다운 천혜의 광장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의 낙원 오산 물향기수목원은 정녕 오산시의 명물이며 자랑스러운 자연유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자연유산을 지닌 오산시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은 가꾸기 나름이다. 훼손은 쉽지만 보존은 어렵다. 시민들에게 문화휴식 및 여가활용 공간으로 훌륭한 기능과 역할을 하는 물향기수목원, 자연보호 삼림보존의 살아있는 교실을 이 늦가을에 거닐면서 만추절경 풍광명미(風光明媚) 만감에 빠졌으니 크나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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