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론사 후배가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수습을 놓고 정치권이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회장으로 있는 ‘대한언론’의 편집 방향에 대한 의견을 보내왔다. 참고가 될 것 같아 그 후배의 진정어린 고언(苦言)을 여기 요약해서 옮겨본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터뷰 365라는 매체를 18년째 발행하고 있지만 절대로 정치기사는 싣지 않고 문화예술 매체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2009년에는 정부가 주관하는 제 4회 대한민국 인터넷 대상 사회공헌부문 대상인 국무총리 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정치나 경제 쪽에서 기자 생활을 한 적이 없이 대중문화 기자로 평생을 활동해왔고, 또 스스로 전문성이나 제 분수를 알기에 정치적 견해는 함부로 표현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좌도 우도 아니고 보수도 진보도 아님을 자부합니다. 어느 쪽이든 옳다고 판단되는 쪽을 지지하며 지내왔던 것입니다.
얼마 전 외국여행길에 출국 몇 시간 전 고국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깜짝 놀랬지요.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뒤 귀국해서 보니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됐다는 코미디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알고 보니 국회가 해제 결의를 하자 대통령이 순순히 받아들여 곧장 해제했다더군요.
그 사태 이후 많은 국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해프닝으로 끝난 계엄사태에 대해 일제히 분노에 찬 목소리로 규탄했습니다. 언론도 연일 대통령의 과오를 사정없이 탄핵 쪽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야당은 “기회는 이때다” 하고 여당을 압박하고 매 주말마다 탄핵안을 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여기엔 피의자인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조국당의 조국대표가 앞장서고 있지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지금 국민들은 누워서 침 뱉기를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누가 선출했습니까? 이재명 후보를 택하지 않고 다수 국민이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가 대통령으로서 과오가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그를 선택한 다수 국민에게도 있는 게 아닙니까?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헌법은 기본적으로 3권 분립에 두고 있고, 입법 사법 행정 3권은 서로 견제하면서 존중하는 권력체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 정치사회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입법부, 그것도 다수당인 야당이 탄핵카드를 휘두르면서 3권을 장악하여 실질적으로 국가를 통치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구조이지요.
국가를 대표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행정부의 우두머리인 대통령은 야당의 발목잡기로 국정운영에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야당은 당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방탄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있습니다. 수사검사는 말할 것도 없고 장관을 탄핵하고 감사원장까지 탄핵했습니다. 사법부까지 겁박합니다. 판사들은 겁에 질려 재판을 공개하지도 못합니다.
대통령은 전 국민이 선택한 자리라면 국회의원은 지역구의 주민들이 뽑은 지역 대표들입니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하여 다수로 뭉쳐 행정부와 입법부를 무력화 하고 국가권력의 중심에서 쉬지 않고 탄핵을 반복하는 등 참담한 사태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는 영호남, 좌우 대립의 불신 구조가 첨예하게 대립해 왔으며 시간이 지나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을 보여 왔습니다. YS, DJ 정부 이후 노무현 대통령부터는 온전하게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정부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걸핏하면 여야, 보수와 진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온갖 단체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충돌하고 목소리를 내는 운동권 시위문화로 정부를 흔들어 댔습니다. 그들은 공권력도 무시했고, 무력화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른바 운동권 출신이 권력의 핵심을 차지하면서 그런 시위문화는 당연시됐으며, 같은 시위가 전국 도처에서 벌어지곤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민주화를 슬로건으로 한 운동권 권력의 트라우마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최악의 사안이라는 판단을 하지 않고 너무 순간적으로 절차의 준비 없이 경솔하게 결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행정부의 수반으로 국정운영의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위기감에서 대통령이 함부로 꺼내 들어서는 안 되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것은 현재 상황이 절박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은 소셜 미디어에 불꽃이 튀도록 대통령의 시작과 끝이 모두 경망한 시국 돌파 해법의 잘못된 통치행위에서 비롯되었다고 비판의 화살을 퍼붓고 있습니다.
잘못된 것이지요. 국민으로서 자신들의 원초적인 책임감은 하나도 염두에 두지 않고 무책임한 언어폭력을 일삼는 것입니다. 저는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던 국민들이 일말의 인간적인 이해와 양심이 있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돌파구라도 열어주는 조언부터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실 되고 진정한 국가의 진로와 장래를 위해 대한언론이 정론의 논지로 세상을 밝혀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문의 난필을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오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칼럼#장석영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칼럼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