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일보

재연된 여소야대, 국정기조 전면 혁신하라

김정수 | 기사입력 2024/04/12 [14:31]

재연된 여소야대, 국정기조 전면 혁신하라

김정수 | 입력 : 2024/04/1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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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영 회장 전)서울신문 사회부장,국장,본부장,논설위원, 명지대외래교수,행정학박사,한국문인협회 회원,현)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문학신문 대표 

22대 총선결과가 드러나자 국내 주요 언론들은 하나같이 야당의 압승, 여당의 참패는 근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리더십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은 물론이고 국정 기반의 대전환을 요구한 것으로 봤다.

 

언론의 지적은 대부분 정확한 것이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공천 분란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유권자들은 야당 대신 여당을 심판한 것이라고 했다.

 

당초엔 집권 2년도 안 된 시점의 총선인 만큼 국민이 여당에 힘을 실어 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해병대 외압 수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테러’ 발언 등이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이면서 지지층 이탈이 가속됐다. 이런 가운데 물가고와 의정갈등 등 민생 현안 해소에도 실패해 불통의 이미지가 축적됐다.

 

올 들어 24차례나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를 열었지만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과 내각 곳곳에 자신이 잘 아는 사람,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을 배치하면서 내부의 쓴 소리는 사라졌다. 언론과의 소통단절은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고착화했다는 것이다.

 

밀어붙이기식 정책 드라이브 역시 국회 권력을 쥔 야당과의 충돌을 불렀고, 그때마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 탓에, 거대 야당 탓으로 일관했다. 물론 전임정부가 남겨놓은 적폐들을 뒤치다꺼리 하기에 바빴고, 사사건건 거대야당의 발목잡기에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내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야당 대표와 밥 한 끼도 함께하지 않은 것을 탓하기도 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피의자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을 불러다 식사를 하면서 환담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올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게 바로 대화와 협치로 봐선 안 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선거전 후반 붉어진 야당후보들의 부동산 비리와 저질 막말 논란이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에 묻힌 것만 봐도 야당의 프레임 장치가 얼마나 치밀하고 야비한지를 알 수 있다. 지난 2년 간 윤 대통령은 거야의 벽에 부딪쳐 국정을 제대로 펼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앞으로 3년의 거야는 더 하면 더 하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승리에 도취해 ‘입법권력’의 오만에 빠질 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단독 과반 의석만으로도 국회의장 자리를 차지하고, 상임 위원회 운영도 주도할 수 있다. 국무총리 등 인준 표결도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해 졌다. 이런 국회 권력을 활용해 국정을 쥐락펴락 하려 들 것이다.

 

게다가 조국혁신당은 “남은임기 3년은 너무 길다”며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했다. 이재명 대표도 “대통령이 없으면 낫다”거나 “해고해야 한다”며 호응하듯 말했다. 두 대표가 차기 대권까지 겨냥한 선명성 경쟁에만 나선다면 22대 국회는 방향을 잃고 정국은 혼돈에 빠질 것이다.

 

아무리 언론이 민주당을 향해 ‘국회를 더 생산적인 곳으로 만들라’고 당부해도 그들에겐 마이동풍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야권은 막대한 권한을 마구 휘두를 것이 예상되며, 자신들이 국정의 한 축이라는 책임감을 잃을 것이다. 그래서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여당은 야당의 협조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통령부터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최선을 다해 설득하는 겸손한 리더가 돼야 한다. 야당의 협조를 얻는데 필요하다면 준거국내각이라도 꾸며야 한다. 여·야·정 협치 기구를 선제적으로 제안해 가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민의 힘 역시 변해야 한다. 수평적 당정관계를 정립할 지도부를 신속히 구성해 대통령과 야당 간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을 첫 삽도 못 뜬 상태다. 민심대신 ‘용산’만 쳐다보며 거수기 노릇을 해선 안 된다.

 

경제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청년실업·고물가 등 난제들의 해결도 우리 앞에 놓인 엄중한 과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이 장기화된 가운데 북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등 국제정세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3년이나 남았다. 역대 정부의 굵직한 개혁도 대부분 여소야대에서 이뤄낸 협치의 결과였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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