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일보

이종섭. 황상무 자진 사퇴가 정답이다

양성열 | 기사입력 2024/03/29 [11:18]

이종섭. 황상무 자진 사퇴가 정답이다

양성열 | 입력 : 2024/03/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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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영 회장 전)서울신문 사회부장,국장,본부장,논설위원, 명지대외래교수,행정학박사,한국문인협회 회원,현)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문학신문 대표

4.10 총선결과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은 거의진실에 가깝다. 그런 선거를 불과 20여일 앞두고 여권에 불리한 대통령실발 악재가 속출하고 있다. 이종섭 주 호주 대사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관련된 논란이 그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악재들을 두고 처리하는 방법이 당정 간 상당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의 출국과 관련해선 법적 잘못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공수처가 소환도 안한 상태에서 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대사로 출국했던 과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황 수석 문제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황 수석은 기자진 회식자리에서 MBC기자에게 “내가 정보사령부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기자가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유사한 봉변을 당할 수 있다고 겁주려는 의도로 들릴 수밖에 없다. 그는 또 5.18과 관련해 북한 배후설까지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황수석 발언의 파장을 의식한 듯 “정부는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해명했다. 전날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 대사 즉각 귀국과 황수석의 거취 결단을 요구한 것에 대통령실이 곧바로 반박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대통령실의 시각은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안이한 상황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이 대사의 경우 아무리 자체 검증에선 문제가 없었다지만 공식적으로 피의자 신분인데도 공직에 발탁한 것부터 출국 금지가 드러나자 신속히 금지를 풀어준 것과 왜 ‘도주 대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급히 임지로 떠나야 했는지 대다수 국민들은 그 사정을 납득하지 못한다.

 

황 수석 문제도 그냥 버틴다고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 지금 여야는 중도 층을 붙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막말 후보’들의 공천을 취소하고 있다. 10여 년 전의 발언도 소환되는 판이다. 그렇기 때문에 황 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특히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대통령실이 도움은 못 줄망정 훼방은 놓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린다고 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광주 망월동 묘지를 찾은 게 엊그제인데 대통령실 수석이 막말을 넘어 섬뜩한 협박성 발언에다 ‘5.18 음모론’까지 거론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황 수석은 논란이 커지자 “사과드리며 언행을 조심하겠다"는 입장을 낸 모양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설화(舌禍)가 아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할 정도의 사건이다.

 

이종섭 대사 역시 즉각 귀국해 수사 과정에 응하는 게 마땅하다. 공수처가 7개월 동안이나 조사 개시조차 하지 않으면서 출국금지만 계속 연장해온 것은 수사권 남용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법치에 철저해야할 정부가 ‘해병대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 신분인 그를 서둘러 대사에 임명하고 내보낸 점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한동훈 비상대책 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국민의힘 후보가 빠른 해결책을 요구한 것은 그만큼 선거 악영향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사법적 기준만을 앞세워 버틴다면 여론 악화는 물론 당.정 공멸도 예상된다. 이 대사와 황 수석 모두 즉각 자진 사퇴하는 것만이 정권과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기 바란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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